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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비급여 진료비 공개사업 확대’ 반발… “행정 낭비에 불과”2021-04-07 09:35:00

보건복지부.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정부가 비급여 진료비 관리를 강화하고자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확대 및 설명, 내역보고 의무화 등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는 이를 두고 ‘행정 낭비’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 공개에 관한 기준’을 지난달 29일 개정해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항목, 기준 및 금액 등에 관한 현황조사·분석·공개 대상 의료기관을 기존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했다. 공개 대상기관은 기존 3925개소에서 7만개소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해당 의료기관은 비급여 고지 대상을 모두 기재해 책자, 인쇄물 등의 형태로 의료기관 내부에 비치 및 게시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고지해야 한다.

또 비급여 가격정보 공개도 546항목에서 52항목 늘어나 616항목으로 조정됐다. 진료비용 현황조사?분석 결과를 공개하는 시기는 기존 4월1일에서 매년 6월 마지막 수요일로 변경했다. 다만, 올해는 시행일을 고려해 오는 8월18일로 예외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의료계는 이러한 비급여 항목에 대한 ‘통제’는 반발만 불러온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5일 “의료인에게 법적 의무를 지나치게 많이 부과하는 것으로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라며 “저수가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든 의원급 의료기관에게는 또 다른 큰 행정적 부담이 될 것이다. 나중에는 의료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마치 비급여가 사회 악인 것처럼 역기능만을 국민들에게 호도하고 있다”며 “정부는 비급의의 주요한 순기능이자 근본 취지인 공급자 입장에서 최선의 진료 선택, 환자에게 선택의 여지와 유연성을 제공, 의료기술 혁신을 위한 시정형성이라는 점을 무시하지 말라. 국민들은 이미 대학병원, 수도권 명의를 찾아 진료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마다 의사의 실력, 인력, 설비, 부가서비스 등이 다른데도 이러한 개별 특성을 무시한 채 단순히 비급여 항목의 가격 비교만을 할 경우 국민들은 값싼 진료비를 찾아 의료기관 쇼핑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이 허점을 이용해 값싸보이는 진료비로 환자를 유인하고 다른 것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부도덕한 사무장병·의원이 난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행정 낭비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은 “급여항목은 나라에서 관리하게 돼 있고, 비급여는 나라에서 지원해주지 못하는 부분이다. 이를 통제하려고 하니 개원가 입장으로서 황당하다”며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별도의 행정인력이 없는 경우도 다수다. 과한 비급여의 경우 지역의사회에서 자체적으로 통제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제보다는 자율에 맡겨야 의료의 질이 올라간다. 비급여마저 국가에서 통제하고자 한다면 의료의 질도 떨어질 것이다.”라며 “오는 10일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와 이달 24~25일 열리는 대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급여 설명·고지 의무화에 대해서는 위헌적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기도 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 수행의 자유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해 보장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밝히며 올해 초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김 회장은 “비급여 진료 이전에 진료비에 대해 지금도 사전 고지하고 있다”며 “환자가 비싸서 못하겠다고 하면 안 하는 구조다. 앞으로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서 의료기관에 게재하고 설명까지 해야 하는데 설명을 못 들었다고 추후 민원이 발생했을 때 누가 증명해줄 수 있나.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정부가 사적 계약을 일일이 규제한다고 해서 의료비가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도 위헌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료계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연계해 법리적 다툼에 나서야 한다. 의료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보게 된다”고 밝혔다.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