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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의사를 만나다] 고름이 바지 적실 정도…직장 잃었지만 ‘산정특례’ 제외2021-07-28 04:11:00

신민경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TNF-알파 억제제는 염증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원인 물질을 차단해 효과를 나타낸다”면서도 “화농성한선염은 아직 산정특례 적용을 받지 못해 효과적인 치료에 많은 제약이 있다. 고가의 약가가 부담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엉덩이 쪽에 병변이 심해서 11시간 동안 서있던 적도 있습니다. 진물과 고름이 새 나와 바지를 모두 적실 정도였고, 냄새가 나다 보니 동료들이 피하는 일이 잦아 일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생물학적제제를 투약한 이후 통증과 고름이 줄어들었지만 산정특례 혜택을 받지 못해 치료비 문제로 투약을 중단한 적도 있습니다.”

유도길(가명?50)씨는 희귀질환인 ‘화농성한선염’을 앓고 있다. 화농성한선염으로 진단받기 10여년 전부터 피부에 종기가 생기기 시작해 약국에서 소염진통제 등을 사먹거나 손으로 짜내곤 했는데, 그렇게 한번 치료를 하고 나면 4~5개월, 길면 10개월 정도까지 종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2015년 봄이 됐을 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종기가 3~4곳에 번지듯이 나고 잘 낫지도 않아서 동네 피부과를 방문하게 됐지만 결국 큰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유씨는 경희대병원 피부과 신민경 교수를 만난 첫 날, 화농성한선염 진단을 받았다. 그는 “화농성한선염이라는 질환을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인 줄로만 알았다. 교수님이 설명해 주시는 것을 들으면서 심각한 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치료비 걱정이 가장 컸다”고 회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화농성한선염은 실제 환자 수도 많지 않은 희귀질환이다. 화농성한선염은 피부 깊이 위치하는 붉은 염증성 결절과 종기, 이로 인한 흉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인데, 정확한 발병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고, 재발도 잦다. 

특히 화농성한선염의 중증도가 다양해서 약한 여드름, 모낭염, 종기, 피지혹낭종 등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종기를 째서 농을 짜내는 처치만 반복하는 환자도 많아 진단이 늦어지는 일도 흔하다. 병이 진행되면서 악화되면, 통증과 함께 병변 부위가 넓어지고 종기가 터지면서 벌어진 피부가 잘 아물지 않아 만성적인 궤양이 발생하게 된다. 피부 아래에서는 농양들끼리 이어져 터널 같은 길(농루관)이 형성되기도 한다. 

유씨의 주치의인 신 교수는 “처음 환자를 만났을 땐 이렇게 어떻게 사셨을까 싶었다. 화농성한선염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질환이 악화되면 이전의 상태로 돌이키기가 힘들다. 그래서 조기 진단과 치료가 더욱 중요하지만, 질환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나 치료 방법을 찾기 어려워 민간요법 등에 의지하다가 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화농성한선염은 주로 사춘기 이후 발병해 사회, 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젊은층에서 증가한다. 심한 통증, 악취, 분비물과 더불어 보기 흉한 염증 상처와 흉터가 남는데 이런 염증이 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 주변, 항문과 생식기 주변, 여성의 가슴 아래 부위 등 주로 은밀한 부위에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증 등도 생기게 한다”면서 “신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대인관계나 사회경제 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이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져 치료비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환자도 생물학적제제(TNF-알파 억제제)를 투약하면 어느 정도 증상이 잡히는 데, 조금 안정적으로 조절되면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고, 다시 증상이 심해져서 오는 것이 반복돼 안타까웠다”며 “중증도가 심하고, 질환이 진행되는 경우라면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치료제의 옵션이 생물학적제제 말고는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유씨는 고름, 통증 등의 증상들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워져 10년간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유씨는 “항공 물류 운송 업무를 했었는데 여름에 활주로에서 근무할 땐 종기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웠다. 상처 부분에 스치기만 해도 아린 통증이 지속돼 제대로 앉을 수도 없었고, 걸어 다니면 통증이 더 심해져 11시간 동안 서서 질환 정보를 검색한 적도 있다”면서 “일하는데 지장이 커지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고 했다. 

그는 “생물학적제제 투여 후 몸 상태가 정상의 80% 정도를 회복할 정도로 좋아졌을 땐 치료비를 벌기 위해서 다시 취업을 했었다. 하지만 견디지 못하고 3개월 정도 일하고 그만둬야 했다”며 “주로 엉덩이 쪽에 병변이 심했는데 옷을 입어도 병변에서 진물과 고름이 새 나와 바지를 모두 적실 정도였고, 냄새가 나다 보니 동료들이 피하고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일이 잦았다. 이후에도 몇 번 다시 취업을 했었지만, 비슷한 이유로 3개월 정도밖에 근무를 하지 못했고 현재는 직업 없이 부모님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생물학적제제 투약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약가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었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가격도 고가라 직업이 없는 상황에서 너무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돈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투약을 중단한 적도 많다”면서 “4~5개월가량 치료를 중단하면 상태가 너무 악화되고, 견디지 못해 다시 치료를 시작하고서 또 4~5개월이 지나면 돈이 없어서 투약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대출, 카드 대출 등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써 봤지만 현재는 더 이상 방법이 없어서 아버님께 지원을 받고 있다. 아버님도 형편이 넉넉한 상황이 아니어서 항상 죄송한 마음이다. 가족들이 부담을 져야 하니 아파도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치료를 안 하고 참은 적도 많다”고 호소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전체 화농성한선염 환자의 20~30%정도는 고가인 ‘생물학적제제’ 투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화농성한선염 치료에는 환자 상태에 따라 항생제, 비타민A제재, 면역조절제 등의 약물이 사용되는데, 항생제 내성 및 위장관계 부작용 등 다양한 항생제 관련 문제들이 발생하고, 이미 중증으로 진행한 환자에서는 항생제 치료만으로 증상 개선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정된(특정한) 부위에서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나, 수술을 해도 1년 이내에 재발하는 경우가 50%에 달한다.

신 교수는 “TNF-알파 억제제는 염증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원인 물질을 차단해 효과를 나타낸다”면서도 “고가의 생물학적제제는 여러 자가면역 질환들을 치료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희귀난치질환으로 환자 부담 10%인 산정특례 적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화농성한선염은 아직 산정특례 적용을 받지 못해 효과적인 치료에 많은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농성한선염은 같은 약제를 사용하는 다른 자가면역 질환들 대비 중증도나 심각성이 결코 적지 않고 정신적 고통, 사회경제 생활 면 등에서 환자의 삶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면서 “이 환자처럼 몸에서 고름이 줄줄 나오고 통증으로 앉기도 힘든 상태는 사실상 일상생활이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약가가 부담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씨의 바람은 치료비 걱정 없이 치료를 지속해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화농성한선염 환자가 치료비의 10%만 부담할 수 있도록 산정특례 혜택을 받게 해 달라고 수년 전부터 환자들이 호소해 왔는데 아직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만약 산정특례가 적용돼 지금 부담하는 한 달 약가가 10만원대로 줄어든다면 정말 꿈만 같을 것 같다”면서 “생물학적제제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치료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산정특례가 적용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씨는 “화농성한선염은 매우 괴로운 병이다. 직장을 다닐 수 없는 것은 물론 통증과 진물, 진물로 인한 냄새 등이 계속되다 보니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진다.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치료비를 충당하고 싶어도,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할 수가 없다”면서 “치료비 걱정 없이 치료를 꾸준히 받아 일할 수 있는 상태가 됐으면 좋겠다. 치료비 정도만 벌 수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상태가 좋아지면 여행도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