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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비용 부담…병원 문턱 여전히 높다 [속앓는 20대②]2022-12-14 14:00:01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냐.” 한 대학교수가 낸 책이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적이 있다. 그로부터 십 년이 훌쩍 넘었지만 우리사회가 청년의 아픔을 대하는 태도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청춘의 고민을 여전히 자연치유 될 성장통쯤으로 여긴다. 그러는 사이 마음병을 앓는 20대가 크게 늘었다. 
우리사회가 청년의 심적 고통을 더 이상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곪고 있는 청년들의 상처를 세심하게 어루만져주길 희망한다. 그런 마음으로 [속앓는 20대] 4편을 준비했다. <편집자 주>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울증·불안장애를 포함한 20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인원은 2017년 21만3991명에서 2021년 39만894명으로 83%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10대 환자는 11만8261명에서 17만4484명으로 48% 늘었고, 30대는 24만7109명에서 36만555명으로 46% 증가했다. 10대, 20대, 30대 중에서도 20대 증가율이 확연히 높다. 

의료계 전문가는 이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전반적 경기침체 △사회적 경쟁구도 심화와 같은 부정적 요소도 있지만, 무엇보다 2030세대의 정신과 질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했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를 살펴보면 만 18~64세의 정신장애 1년 유병률은 2016년 12.6%에서 올해 9.1%로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홍나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외협력홍보이사는 “치료율도 향상되고 있는 추세로 봤을 때 편견 등으로 치료로 연결되지 못하던 많은 분들이 치료로 연결되고 있는 좋은 현상일 수 있다”며 “신문, 방송, 유튜브 등을 통해 과거에 비해 의학 정보 확산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예전엔 부정적 인식이나 편견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가 늦어지던 사례도 크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박여울(가명·23세)씨도 같은 말을 했다. “요새는 정신과 진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좀 덜한 편이다. TV 프로그램도 오은영 신드롬이 한때 유행이었던 것처럼 심리나 정신 건강 쪽으로 많이 다루다보니 거리감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라며 “실제 약을 복용하고 있는 친구들도 많고, 정신과 진료 혹은 상담을 잘해주는 곳을 추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변 시선, 비싼 진료비…병원 진료 아직도 꺼림직 


하지만 아무리 인식이 나아졌다 해도 정신의학과 진료는 여전히 어렵다. 이제 막 사회생활에 발을 들인 20대는 자신의 정신과적 질병력이 추후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아직 있다. 거기다 비싼 진료비, 약물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는 병원으로 향하는 발길을 무겁게 만든다. 

김소윤(가명·25세)씨는 지난해 아버지의 입원으로 인해 생활이 힘들어지며 오랫동안 우울감을 느꼈다. 안 좋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선뜻 병원을 갈 수 없었다. 그는 “상담비용이 비싼 것도 이유지만, 정신과 병력으로 불이익을 받거나 사람들이 나를 정신병자로 보지 않을까,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두려웠다”며 “특히 가까운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게 더 무섭다”고 말했다. 

최진영씨(가명·25세)도 “정신과 약을 복용하면 호르몬이나 뇌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말을 들었다. 나중에 보험 가입하기도 어렵다는 기사도 봤다”며 “정말 필요하면 방문해야겠지만 굳이 내가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을 병원에서 지지받고 싶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과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두 차례 받았던 김지연(가명·21세)씨는 “스무살 처음으로 우울증 진료를 받아봤지만, 한 달에 10만원 가까이 드는 비용을 내기엔 부담이 컸다. 특히 첫 진료 때 5만~6만원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병원마다 가격이 다르다는데, 어떻게 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갈 때마다 좀 부담된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평균 비용.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20대에겐 정신의학과 진료비용이 부담이 될 만하다. 의사 커뮤니티 업체 모두닥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47곳을 대상으로 올해 상담 비용을 조사한 결과, 평균 2만2973원, 가장 비싼 곳은 40만원이었다. 초진 비용은 평균 3만9253원, 최대 비용은 13만5000원, 최소 비용도 1만9200원이다. 또한 병원 규모가 클수록, 상담 시간이 길어질수록 금액은 올라간다. 의원은 평균 상담비용이 7800원인데 비해 상급종합병원은 3만1400원에 달한다. 다양한 심리 검사, 기기를 활용하는 만큼 진료비용이 몇 천 원대가 나오는 일반 내과, 이비인후과 진료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이다. 

조성우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의무이사는 “병원을 꺼리는 데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질병력으로 인해 피해가 생길 불안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본다. 특히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경우 자신의 정신과적 질병력이 추후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많이 가지고 있어 상태가 악화된 후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부모세대가 이러한 편견이 심한 경우 자녀의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만류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것, 혹은 정신과를 방문한다는 것이 가족의 잘못이나 부모의 잘못으로 여겨져, 병원 방문을 막기도 한다. 또한 ‘한번 먹으면 평생 끊을 수 없다’와 같은 약물에 대한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 부모세대 몰래 약물을 복용하거나 병원에 다녀간 후 병원에 항의 전화가 오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학교 건물 곳곳에 학생상담센터를 홍보하는 판넬이 설치돼 있다. 학생상담센터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심리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박선혜 기자

병원 진료보단 상담 먼저 원해

이렇다보니 병원 진료보다는 대학가 학생상담센터, 민간상담센터 등 보다 접근성이 높은 곳을 찾는 20대가 늘고 있다. 정신질환 낙인보다는 상담을 통해 지지를 받고, 필요하다면 병원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쿠키뉴스는 10명의 대학생에게 ‘청년의 정신건강을 위해 어떤 지원책이 있으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5명이 ‘심리 프로그램’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학교나 직장에서 의무적으로 비슷한 고민거리를 가진 또래 청년들을 모아 서로 위로하고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나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길 바란다는 의견이다.

대학생이자 직장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민정윤씨(가명·22세)는 “병원 진료에 대한 편견 개선도 중요하지만, 예방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기적으로 근무나 수업 시간에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나라에서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환이 되기 전에 스트레스나 마음 속 불안감을 미리 해소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필요하다면 언제든 일반 병원처럼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도록 연계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다빈(가명·20세)씨는 “20대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거라면 병원을 권유하기보다 그 원인을 해소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부정적 시선이 있는 만큼, 청년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려워하는지 살펴보는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혜 김은빈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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