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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범위 게임 행위는 치료 대상 아냐… "과도한 사용에 초점 맞춰야"2019-06-25 09:56:00

한국임상심리학회가 ‘게임중독’이 질병코드로 등록되면서 게임사용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확산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상 범위의 게임행동을 의학적 치료의 대상으로 잘못 분류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5일 학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강조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를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인 ‘ICD-11(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11th edition)’에 추가했다.

학회는 “WHO의 결정은 축적된 분명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대표적인 오락 및 여가 활동인 게임을 즐기는 행위가 정신질환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각계의 우려가 동반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ICD-11의 진단기준에 따르면 ‘스스로 게임 행위를 통제하는데 장해가 있고, 일상의 다른 활동에 게임이 우선하며, 개인적, 사회적, 학업적, 직업적 기능상의 중대한 장해에도 게임 행위를 지속하거나 증가하는 문제가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 한해 게임사용장애로 진단 내린다. 즉, 게임사용자의 개인적 고통 및 일상생활의 여러 영역에서 기능 손상을 야기하는 경우에 한해 게임사용장애로 진단함으로써 ICD-11은 해당 진단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여타 정신질환의 진단기준과 유사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

학회는 “게임사용장애가 다른 중독 장애와 유사한 임상과학 및 신경학적 이상성을 보인다는 최신 연구 결과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무엇보다 치료장면에서 게임사용과 관련된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고려할 때, 게임사용장애에 대한 WHO의 ICD-11 등재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게임사용장애의 ICD-11 등재의 찬반을 논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조기 평가 및 개입으로 게임사용장애로의 악화를 사전에 예방하고 해당 진단으로 고통 받고 있는 내담자와 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개입 방안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라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정상 범위의 게임행동이나 잠시 동안의 게임몰입을 병리화하고 의학적 치료의 대상으로 잘못 분류하지 않도록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전문가가 진단 및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면서 “또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보다 명확한 진단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진단의 유용성을 검증해나가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게임사용으로 인간의 고차원적 인지기능인 집행기능과 사회적 협업기능이 증가하는 등 일부 게임의 순기능이 입증돼 온 바, 해당 장애의 규정이 게임 자체의 해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했다.

학회는 “특히, ICD-10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폭식장애(binge eating disorder)의 경우, 음식 그 자체가 아니라 과도하게 습관화된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행위 중독에 해당되는 게임사용장애 또한 게임 자체가 아니라 과도한 사용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전했다.

학회는 “게임사용장애에 대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계속해서 요구되는 실정이다. 만일 게임사용 행위를 질환으로 보는 관점이 부당하다고 여긴다면, 그러한 주장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제기돼야 한다”며 “이에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임상 및 연구장면에서 게임사용장애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기울이면서 과학적 증거를 엄격하고 치밀하게 탐구하고자 한다. 또 대다수의 게임사용자에 대해 낙인을 찍거나 섣부른 편견을 갖지 말고, 게임사용이라는 현상을 균형 잡힌 관점에서 볼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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