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36만명 뇌전증 환자, 한국엔 장비 없어 일본·미국 원정수술2019-08-13 09:41:00

국내 36만명의 뇌전증 환자 중 수술을 받는 경우는 연간 300건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약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수술이 필수적인데, 장비 등 부재로 환자들은 일본이나 미국으로 건너가 원정수술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대한뇌전증학회는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 용역연구에 대한 중간보고서를 발표하고,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뇌전증 환자의 수는 약 36만명으로, 그 중 약 10만명이 약물로 완전히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로 추정된다.

항경련제로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 중 경련증상이 자주 발생해 일상생활이 매우 어려운 경우는 ‘중증 약물난치성 뇌전증’으로 분류되는데, 이들 수만 3만 7225명이다. 또 이들 중 수술 대상이 되는 뇌전증 수술 대기 환자는 2만 2335명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뇌전증 수술을 1년에 300건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매년 약 2만명의 뇌전증 환자들이 새로 발생해, 수술이 필요한 뇌전증 환자는 매년 1000명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국에서 뇌전증 수술이 1년에 1500-2000건 이상 시행돼야 대기 환자가 줄어드는 수치다. 연 1000건 수술을 한다고 해도 현재 뇌전증 수술 대기 환자만 모두 수술을 받는데 수십년이 걸린다.

학회는 수술건수가 적은 이유에 대해 “뇌전증 수술에 꼭 필요한 장비들이 한국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뇌전증 수술에 필요한 3가지 진단/수술 장비인 뇌자도(뇌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자기(磁氣 magnetism)를 측정하는 최첨단 진단장비), 삼차원뇌파(SEEG)수술 로봇시스템, 레이저 열치료 수술 장비가 국내에 없어 환자들이 일본이나 미국 등으로 건너가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의 치료비를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회는 “국내 뇌전증 수술의 완치율은 평균 71.6%이다.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사망률이 10배 높고, 급사(急死)율은 27배 높다”며 “약물난치성 뇌전증의 유일한 치료법은 뇌전증 수술이고 생명을 구하는 치료이다. 뇌전증 수술의 지원과 활성화가 시급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뇌전증은 신경계 질환 중 뇌졸중 다음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사망원인 2위이고, 젊은 사람들에서 생명을 단축시키는 원인 1위이다”라며 “하지만 한국의 난치성 뇌전증 치료는 확실한 후진국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50억원 정부지원만 있으면 중증 뇌전증 환자들이 일본, 미국에 가지 않아도 수술을 받을 수 있다”며 “치매에는 수조원이 지원되고 있다. 뇌전증 환자 수는 치매 환자의 약 50%이다. 치매 지원의 100분의 1이라도 정부 지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SPONSO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