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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원인 밝힌다2023-05-28 06:02:02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생리대 안전관리 기준 강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식약처를 향해 약속했던 노출·독성평가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여성환경연대

일회용 생리대 사용이 여성의 몸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이후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돼 왔던 노출·독성평가와 복합위해성평가에 대한 선행연구를 시행하기로 했다.

28일 쿠키뉴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23일 제4차 용역연구개발과제 주관연구기관 공모 공고를 냈다. 7000만원의 예산으로 9개월 간 진행하는 ‘생리대 안전관리 방안 기획연구’라는 제목의 과제를 제안했다. 

노출·독성평가, 복합위해성평가를 포함한 위해성평가를 위한 선행연구다. 노출·독성평가는 특정 생리대를 사용했을 때 어떠한 물질이 노출되는지, 또 그 성분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연구다. 복합위해성평가는 생리대에 함유된 다양한 성분이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건강 위해를 일으키는지 파악하기 위한 연구다. 그간 이뤄진 연구는 생리대에 함유된 물질 중 하나인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에 대한 것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리대 안전관리 방안 기획연구’ 과제 제안서. 이번 연구를 토대로 위해성 평가의 세부 추진과제를 제안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노출·독성평가와 복합위해성평가가 실시되면, 정부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열린다. 식약처는 ‘생리대 사용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생리대를 계속 사용해도 된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발표한 연구에서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연관성’은 밝혀졌으나, ‘인과성’은 규명되지 않았다.

환경부와 식약처는 지난해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를 통해 일회용 생리대와 생리통 등 일부 질환 사이 연관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일회용 생리대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 노출 수준에 따라 가려움증, 생리통 등 생리 불편 증상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내용을 담았다.

노출·독성연구를 실시하면 생리대 사용 부작용 등 피해 원인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최경호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여성들이 호소하고 있는 건강 피해가 생리대로 인해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노출독성연구”라며 “평가가 실시되면 생리대가 건강 위해를 발생시킨다는 인과성을 규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5년여 만에 정부의 약속이 이행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난 2017년 생리대 부작용을 경험한 여성들은 국가를 향해 생리대 사용에 따른 건강피해 여부를 규명해달라고 청원했다. 정부는 같은 해 12월 민·관 공동조사 협의체를 구성해 환경부의 건강영향조사가 끝나면 식약처의 노출·독성평가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환경부 발표 이후에도 구체적 일정을 밝히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바 있다. 

노출·독성평가 시행 필요성을 제기해왔던 최 교수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기획연구를 먼저 시행한 뒤 노출·독성평가를 하는 건 좋은 방향성으로 보인다”면서 “연구가 체계적으로 시행돼 생리대 유해물질을 찾아 여성 건강 향상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는 단초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다만 “자칫 연구를 해봤는데, 인과성이 없으니 건강에 악영향이 없다는 식으로 호도하는 결과가 도출되진 않길 바란다”며 “현재 생리통, 생리불순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공인된 독성 시험 방법이 없어, 연구를 체계적이고 다각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출·독성평가 등 후속조치를 요구했던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진행한다고 하니 다행”이라면서도 “면피용 조사가 되지 않도록 잘 기획해 노출·독성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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