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걸어서 10분거리 광희동-방산동, 국립중앙의료원에겐 천리길?2020-05-28 00:06:0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국립중앙의료원의 이삿길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

새로이 거론되는 이전 후보지 서울 중구 방산동을 둘러싸고 관계 중앙부처와 지자체 사이의 온도차는 제각각. 국립중앙의료원은 한국전쟁 이후인 1958년 서울시 중구 광희동에 설립됐다. 공공의료기반 확충과 노후 시설 개선 필요성으로 신축 이전 논의는 지난 1990년대부터 진행됐지만 지지부진했다. 외환위기로 인한 공공분야 구조조정, 주민들과 환경시민단체의 반발 등으로 번번히 좌절됐다.

지난달 28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문제를 재점화했다. 박 시장은 “노후화된 국립중앙의료원을 중구 방산동 일대 미군 공병단 부지로 이전해줄 것을 보건복지부와 국방부에 제안한다“며 “17년 동안 표류한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문제에 종지부를 찍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과 동시에 부설 국립중앙감염병전문병원과 국립외상센터를 함께 건립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박 시장의 발표에 보건복지부는 화답했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이튿날 “감염병전문병원의 조속한 설립과 운영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복지부도 최선을 다해 검토하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정례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김 차관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문제와 결부돼 결정돼야 한다”며 “응급의료의 중추적 기능과 재난 시 의료 컨트롤타워 역할을 국립중앙의료원이 효율적으로 수행할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매우 전향적이면서도 적극적인 협조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복지부도 환영하고, 적극적인 실무 검토와 논의를 통해 최선을 다해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도 서울시 제안을 환영했다. 당초 중구는 지역 간 의료공급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며 국립중앙의료원이 다른 지자체로 옮겨지는 것을 반대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구를 떠나면, 관내를 비롯해 서울북부지역에서는 의료공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구 측은 “국립중앙의료원의 중구 내 이전 제안을 적극 지지한다”며 “서울시와 힘을 합쳐 이전과 동시에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호의적 여론에 국립중앙의료원도 반색했다. 의료원 관계자는 "지난해 원지동에 대한 전략환경평가 결과가 부적합으로 나온 뒤 약 1년간 문제의 진척이 없었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전 논의가 다시 추진력을 얻었다“며 ”비용, 위치, 의료서비스 수요, 주변 환경 등을 모두 고려하면 방산동은 최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적 감염병 위기를 경험하면서 ‘메디컬 리더십’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며 ”실효성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인재 충원과 양질의 임상 데이터 축적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서울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중구 관내에서 조속히 이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방부와의 논의도 긍정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참고로 국방부는 방산동 부지의 소유권을 갖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원지동 이전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뒤부터 정기현 원장이 여러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는데, 국방부 차관과도 충분한 소통이 있었다”면서 “국방부·복지부·서울시의 정책적 목표가 합치를 이루면 방산동 이전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방부도 충분히 협의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무사히 방산동으로 이전할 수 있을까?

광희동과 방산동 사이에는 넘어야 할 '허들'이 적지 않다. 우선, 정작 국방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미군 극동공병단이 주둔했던 원지동 부지는 현재까지 (사용권) 미반환 상태”라면서 “미군으로부터 사용권을 반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방부는 복지부와 서울시를 비롯해 국립중앙의료원 이전과 관련된 부처·기관으로부터 어떠한 공식적·실무적 협의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방산동 부지 관련 협의 요청이 온다면 적극 임할 계획인지 묻는 질문에 국방부 관계자는 “그건 그때 가 봐야 알 것”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이어 정기현 원장과 국방부 차관 사이에 긍정적 논의가 있었는지 묻자 “(비공식적) 논의가 있었는지는 잘 알지 못하며,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결정되거나 추진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국방부 공식 입장이다”고 일축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유치를 기대해 왔던 지역구들도 술렁이는 분위기이다. 서초구 지역구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한 박성중 미래통합당 의원은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은 20년 넘게 진행 중이었고, (원지동)주민의 상당한 양보와 희생을 거쳐 결정된 사업”이라며 “총 5700억원 규모의 이전사업 예산 중 20%인 1032억원가량이 이미 집행됐거나, 올해 집행 될 예정”이라고 입장문을 통해 지적했다. 그동안 원지동 이전을 위해 투입된 시간, 예산, 행정력을 모두 매몰비용으로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서초구 이전은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진행돼 왔다”며 “방산동으로 이전될 경우,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서울시에서도 서초구와 협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했고, 향후 관계부처와 함께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며 “원지동 이전이 무산되더라도, 이에 준하는 시설이 서초구에 유치될 수 있도록 구 차원에서 의견을 적극 개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시도 국립중앙의료원 유치를 단념하지 않았다. 당초 세종시는 복지부·질병관리본부와 가깝고, 전국에서 접근하기 쉬운 위치라는 점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후보지로 거론됐다. 세종시 공공의료서비스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하며 국립중앙의료원 유치를 언급했던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세종시갑 당선인은 공약 추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아직은 당선인 신분이라서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 계획을 밝히기 이르다”며 “임기 시작 이후 시청과 긴밀히 협업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세종시청 관계자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국립중앙의료원 유치를 적극 추진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충남대 병원을 필두로 점차 지역의 의료기반이 확충되고 있지만, 여전히 서울·경인 지역과 비교하면 열악한 실정이다”라며 “복지부와 서울시가 지난하게 고민해 왔던 문제라서 의견을 개진하기 조심스럽지만, 세종시는 항상 국립중앙의료원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