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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 꼭 물어야 할 한마디, "마취는 누가 해주시나요?"2018-02-13 15:16:00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나라다운 나라’,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일명 ‘문재인 케어’를 직접 발표했다. 수년째 64%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70%로 올려 갑작스런 건강악화와 그로 인한 의료비 지출로 가정이 흔들리는 일을 막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혜택을 받는 국민에게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들에게도 ‘문재인 케어’는 아직 모호하고 공허하다. 분명 재난적 의료비 지원, 본인부담상한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등 많은 정책들이 거론됐지만,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 모양이다. 일부에선 부담완화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는 말도 한다. 아직도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곳이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것들이 변해야하는지 듣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환자에게, 국민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무엇이며 이를 뒷받침할 정부정책은 어떠한지, 무엇이 달라져야하는지,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되뇌며 발품을 팔았다. 그 첫 도착지는 ‘마취·통증’ 분야다. 생명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동시에 가장 은밀한 영역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스스로를 지켜야하는 환자들

이일옥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고대구로병원)은 잘못된 제도로 인해 환자들이 스스로를 지켜야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도, 의사도 안일하게 생각하는 사이 사각지대는 늘었고, 환자들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이사장은 “제도가 잘못됐다. 의사들의 잘못도 많고, 정부의 잘못도 많다. 그 사이 환자가 잘못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건의는 하지만 정부가 응답하지 않고 있다. 대안이 없어 환자 스스로 보호하려는 의식을 강조하는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 이사장에 따르면 마취통증의학은 고도의 발전을 이뤘다. 급속한 사회발전과 의료기기 특히, 생체반응에 대한 모니터링 기기의 발달로 세밀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호흡과 통증, 생명을 다룰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의학기술의 발전 또한 빠르게 이뤄져 고도화된 수술 혹은 시술 기술(통칭 술기)이 등장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세부 전문영역이 파생돼 발전하면서 수술 등 의료행위의 난이도 또한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결국, 1963년 9명의 전문의가 배출된 이후 5400여명으로 마취통증의학 전문의는 늘었지만 여전히 일부 진료영역,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전문가 부족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당연하지만 전문가 부족으로 인한 사고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와 관련, “수면마취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고도로 발달된 술기와 마취영역을 한 명의 전문의가 모두 관장할 수는 없다”면서 “인력부족과 현실적인 수가문제로 인해 전문의들이 많이 관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자신의 마취는 마취과 전문의가 해주는지, 수술이 끝나고 한 번은 마취과 의사가 봐주는지 물어봐야한다”며 “마취는 반드시 마취과 의사가 동의서를 받고 설명을 해줄 수 있어야 하지만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만큼 환자 스스로라도 자신을 지켜야할 것”이라고 권했다.


◇ “환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의사를 움직이게 하라!”

이처럼 환자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물음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서는 일명 ‘마취실명제’ 도입이 시급하다. 이 이사장 또한 2016년 11월 임기를 시작하며 마취실명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연일 보건복지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학회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더 있다. 고도로 발달된 술기와 모니터링 기술로 인한 수술의 전반적인 난이도는 올랐지만 제도나 보상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현재 존재하는 가산수가조차 중복적용이 되지 않거나 정책적 기준에 의해 정해져 현실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일례로, 고령의 일반적·법률적 기준은 만 65세로 정해져있다. 하지만 마취료 가산 항목 중 고령환자 기준은 만70세다.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70세와 80세의 수술 및 마취 난이도는 다르지만 가산은 동일하다.

여기에 야간에 이뤄지는 수술에 대한 가산료나 심폐 등 수술 난이도가 높은 경우 적용되는 가산료 등 모든 종류의 가산은 중복적용 없이 가장 높은 가산률 하나만 적용된다. 이에 의사는 물론 병원에서도 기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수술 후 마취가 깨어나는 상황을 관찰하고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2015년 마취회복료가 신설됐지만 일부 적응증의 경우에는 적용을 받을 수 없는 경우들도 있어 마취과 전문의의 관리사각에 놓여있다.

이와 관련 이 이사장은 “현재 대학병원 등 자원이 풍부하거나 의지가 있는 병원들은 환자 안전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있지만 모든 의료기관이 손해를 감수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의사가, 병원이 움직일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이사장은 의료기기산업육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국내 개발사들이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갖추고도 재원 부족으로 자체생산을 포기해 대리점에 머물고, 다국적 기업이 시장을 점유하는 상황을 탈피해야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의료기기 발전을 위해서는 임상과 개발 현장이 서로 원활하게 교류하고 소통해야한다”며 “새롭게 개발된 기기를 임상현장에서 사용하고, 개선사항을 논의해 재투자를 통해 기술을 강화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기 위해 제도적인 지원과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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