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영효 인하대병원이비인후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안녕하세요? 코질환 주치의 김영효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코피가 왜 나는지, 그리고 코피의 위험성 등에 대해 설명 드렸습니다. 이번 주에는 예고 드렸던 대로 가장 궁금해 하시는 코피의 응급처치, 그리고 청소년기 코피의 원인 중 하나인 ‘혈관섬유종’에 대해 소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힘차게 출발해 봅니다.
◇코피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
a. 코피가 나면 머리를 뒤로 젖힌다= 코에서 피가 줄줄 흐르면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고개를 뒤로 자주 젖히게 되는데요, 하지만 이것은 아주 좋지 않은 방법입니다. 혈액이 목 뒤로 흘러 식도, 기도로 들어가게 되면 식도염 및 흡인성 폐렴 등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코피가 났을 때는 오히려 고개를 약간 앞으로 숙여 목 뒤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b. 휴지로 꽉 틀어막는다= 화장실에서 흔히 사용하는 화장지 등을 돌돌 말아 코에 꽉 틀어막곤 합니다. 하지만 표면이 거친 휴지 등을 사용하면 이 자체로 코 점막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코피가 더 심해지고는 합니다. 따라서 화장솜이나 약솜처럼 표면이 부드러운 솜을 이용해 코를 막아 주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c. 코피, 그까짓 걸로 병원을…= 제목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코피도 많이 흘리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코피로 인해 출혈량이 많아지면 저혈량성 쇼크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코피 환자를 응급처치 할 때도 저혈량성 쇼크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충분한 수액 공급을 하면서 환자를 치료합니다. 따라서 이런 저런 응급 처치로도 코피가 잘 멎지 않을 때는 주저 없이 이비인후과 외래, 혹은 응급실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피 응급처치는 바로 이렇게!
앞에서 말씀드린 내용을 한 장의 그림으로 정리하자면 그림 1과 같습니다. 코를 앞으로 숙이고, 부드러운 화장솜 등으로 코를 막고, 콧등을 지그시 압박하거나 얼음찜질 등을 해 주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20~30분 정도 지혈을 시도했는데도 지혈이 잘 되지 않는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병원을 찾으셔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청소년에서의 코피, 이런 병도 의심해 볼 수 있어요!= 지난번 말씀드린 것처럼 코피의 원인은 십중팔구 키셀바흐 영역에서의 출혈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특히 사춘기 학생에서 한쪽 코에서만 코피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혈관섬유종’이라고 하는 드문 종양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혈관섬유종’은 말 그대로 혈관과 섬유조직이 뭉쳐 있는 일종의 양성 종양인데요, 혈관이 풍부하기 때문에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출혈이 일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잘 멎지 않는 코피가 한쪽 코에서만 지속적으로 재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비인후과 외래를 방문해 보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혈관섬유종은 대개 종양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있기 때문에 수술 전 입원해 혈관을 일시적으로 차단해 주는 ‘동맥색전술’이라고 하는 방법을 시행, 출혈 경향을 줄인 후 수술적으로 제거하게 됩니다.
어때요? 이제 갑자기 코피가 나도 자신 있게 대처하실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다음 시간에는 ‘호흡기 질환 공공의 적, 미세먼지’에 대해 다뤄 보겠습니다. 2주 후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