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항에 입항한 중남미발 화물선에서 약 20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코카인 600㎏(시가 3000억원 상당)이 적발됐다.
부산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과 부산본부세관은 6일 부산지검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부산항 신항에 입항한 중남미발 화물선 A 호(약 9만 톤)에서 코카인 600kg을 적발해 전량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압수한 코카인은 부산항 역대 최대 규모 마약류 적발 건이자 지난 4월 강릉 옥계항에서 적발된 코카인 1700㎏에 이은 국내 두 번째 규모의 적발 사례다.
마약의 1회 투약분이 0.03g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2000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소매가로 환산하면 3000억 원에 달한다.
부산세관은 지난 5월 9일 미국 마약단속국(DEA)으로부터 관련 첩보를 받고 A 호가 신항에 접안하자 곧바로 수사에 나섰다.
이를 토대로 컨테이너를 수색하던 중 방수 포장된 꾸러미 12개를 발견했다. 꾸러미 1개당 1kg씩 포장된 백색 블록 50개가 들어 있었다.
이후 세관의 합동수사 요청을 받은 검찰은 A 호 선장과 선원 등 27명을 조사하고 선박을 수색한 뒤 컨테이너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수사 결과 A 호는 고정된 항로와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정기선이었으며 중남미에서 출발해 일본 등을 거쳐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항에 입항한 뒤 5월 11일에는 중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A 호에 있던 코카인은 중남미 국가에서 실린 뒤 제3국에서 회수될 예정이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신항까지 온 것으로 파악됐다.
선박 관계자 27명과 국내 인물 중엔 코카인 밀수입에 관여한 자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박 구조상 선장이나 선원이 해당 컨테이너에 접근할 수 없었고 휴대전화 조사에서도 관련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마약 꾸러미 등에서 채취한 지문 정보의 경우도 국내에선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다.
검찰은 해당 코카인이 우리나라와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 수사를 종결하고 관련 자료를 미국 마약단속국에 넘겼다.
압수한 코카인은 법령상 절차에 따라 폐기된다.
최근 부산신항에서는 중남미에서 출발한 무역선에 실린 대량의 코카인이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1년 아보카도 수입 컨테이너에서 400kg이 발견됐고, 지난해에는 냉동컨테이너 냉동기계부에서 33kg, 선박 씨체스트에서 100kg이 적발됐다.
이 같은 증가세에 대해 세관은 코카인 산지인 중남미 국가의 정부 통제력이 약화함에 따라 코카인 생산량이 증가한 점, 신항에 입항하는 중남미발 정기선의 물동량이 많은 점 등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국경 단속이 강화됨에 따라 국제마약 조직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으로 코카인 판로를 확대하려는 정황도 포착된다.
검찰과 세관은 코카인 등 마약류 국내 유입과 관련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국제 마약 단속 기관과 수사 공조 체계를 유지하고 긴밀히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류 국내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제 마약 단속기관 간 공조 체계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이번 적발은 DEA 등과 긴밀한 국제공조, 지속적 합동작전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전 과정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