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규제부터 상법 개정까지...글로벌 규제 장벽 넘을 전략은 [현장+]

M&A 규제부터 상법 개정까지...글로벌 규제 장벽 넘을 전략은 [현장+]

기사승인 2026-04-24 17:09:56 업데이트 2026-04-24 17:14:24
캔디스 조(Candice Choh) 깁슨 던 파트너 변호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글로벌 규제의 파고가 거세지며 기업들의 대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급변하는 법률 지형을 짚고 한국 기업의 실질적인 생존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미국발 M&A 규제 강화와 통상 압박, 지식재산권 소송의 고도화는 물론 EU의 세계 최초 AI 규제법 시행 등 거세지는 글로벌 규제 장벽에 맞춰 한국 기업도 ‘실행 중심의 법률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법인 율촌과 글로벌 로펌 깁슨 던(Gibson Dunn)은 24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미국과 EU의 최신 법률 동향과 한국 기업의 전략적 대응’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기술 수출과 해외 진출을 꾀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급변하는 법률 지형 속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현장에서는 법리적 해석을 넘어 거시적 환경 변화가 우리 기업의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글로벌 법률 동맹으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실무적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손도일 율촌 경영담당 대표변호사(IP & Technology 융합 부문장)는 개회사를 통해 “한국과 미국 간 투자 교류액이 3500억 달러에 달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대미 투자 관련 법안들이 시행되며 양국 간 경제 협력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사주의 ‘마법’, 끝났다… 상법 개정 이후 M&A 전략 재설계

첫 세션에서는 글로벌 M&A 시장의 변화가 화두로 올랐다. 캔디스 조(Candice Choh)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M&A 지형을 분석하며 “현재 글로벌 시장은 AI와 지능형 시스템이 거래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규제 당국의 면밀한 검토가 늘어나면서 약 16000건 이상의 거래가 규제 환경의 영향을 받는 등 M&A 추진 시 정교한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지는 세션에서 유종권 율촌 변호사는 한국 회사법 및 자본시장 법령의 최근 개정 동향을 발표했다. 유 변호사는 “최근 상법 개정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라며 “2027년부터 시행 예정인 전자주주총회 병행 개최 의무화와 독립이사 제도 도입 등은 기업 거버넌스의 기준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 변호사는 기업 가치 및 지배구조 분석 시 중점적으로 살펴야 할 핵심 쟁점 중 하나로 자기주식(자사주) 활용 제한에 대해 상세히 짚었다. 그는 “3차 상법 개정을 통해 합병이나 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이 금지되고, 취득 후 1년 내 소각 의무가 원칙적으로 규정됐다”며 “자사주를 활용한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통한 지배력 강화가 어려워진 만큼, 기업들은 지배구조 개편 시 새로운 지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유 변호사는 “특별위원회 설치, 독립된 외부 전문가 검토, 주주에 대한 정보 제공 등 공정성 강화 조치를 내실화하는 것이 사후 책임 추궁을 방어하는 핵심”이라며, 특히 계열사 간 합병이나 상장 폐지 절차 등 이해상충이 존재하는 거래에서 이사회의 신중한 판단과 기록 강화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신동찬 율촌 변호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美 제재 위기를 기회로”… 맞춤형 라이선스와 VSD 전략

국내에서는 자사주 등 지배구조 수단의 제약이 강화되는 동시에, 해외에서는 미국의 통상 제재와 투자 규제가 우리 기업의 글로벌 M&A와 해외 진출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이에 세미나 후반부에서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통상 규제와 제재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이어졌다.

신동찬 율촌 변호사는 아담 M. 스미스(Adam M. Smith) 깁슨 던 파트너 변호사의 실무적 조언을 인용하며,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규제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제3국을 통한 거래나 합작 투자 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반 요소를 면밀히 검토하고, 파편화된 규제 지형을 헤쳐나갈 정교한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변호사는 한국 로펌과 글로벌 로펌 간의 효율적 협업 모델을 제시했다. 신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들이 전문적인 법리를 제공한다면, 한국 로펌은 우리 기업의 특수성과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일종의 ‘도매상’ 역할을 수행한다”며 “시차와 언어 장벽을 극복하고 워싱턴 DC의 규제 당국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양국 로펌 간의 긴밀한 레버리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실무에서 가장 까다로운 ‘자진신고(VSD, Voluntary Self-Disclosure)’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도 이어졌다. 신 변호사는 “내부 조사에서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전략적으로 OFAC에 신고하여 정상참작(Credit)을 받아 제재 수위를 경감받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실관계 조사 시 한국 기업의 상황에 맞는 인터뷰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영문 트랜스크립트로 정교화해 미국 당국과 공유하는 과정이 조사의 성패를 가른다”고 설명했다.

특수 라이선스(Specific License)를 활용한 위기 극복 사례도 소개됐다. 신 변호사는 “거래처가 갑자기 미국 제재 대상(SDN)으로 지정되어 미수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 사례에서, ‘이 돈을 한국 기업이 가져오는 것이 오히려 제재 대상자의 자금을 빼앗아 미국의 정책 목표에 부합한다’는 논리로 당국을 설득해 승인을 받아낸 바 있다”며, 미국 정책 목표와 기업의 이익이 맞닿는 지점을 찾아내는 전략을 강조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