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이재오 “현실정치 관여 안하겠다”

귀국 이재오 “현실정치 관여 안하겠다”

기사승인 2009-03-29 22:00:01


[쿠키 정치]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이 28일 저녁 귀국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하고 5월26일 미국으로 떠난지 10개월여 만이다.

귀국 이틀째인 29일 이 전 의원은 서울 구산동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귀국 소감과 향후 일정 등에 대해 밝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이 전 의원은 아내 추영례(60)씨와 포옹을 하며 "고생했다. 수고했어요"라고 덕담을 건넸다. 그는 이어 "마음이 편안해서 그런지 외국에 열 달 있다 왔지만 낯설지 않고 동네도 편안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겠다고 했다. 그는 "현역(의원)이 아니므로 현실정치는 현역에게 맡겨놓고 나는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후 미래를 연구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출국 전 친박계 등과 여당 내에서 갈등을 빚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미래에 도전해야지 과거에 집착해서 이것저것 따지면 꿈이 없다"며 "사람들이 나보고 실세라고 하는데 나는 바늘세"라고 몸을 낮췄다.

이 전 의원은 "대통령께 출국할때 인사를 드렸으니 들어와서도 인사를 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상득 의원 등에 대해서도 "찾아뵙고 인사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말했다. 친이계 의원들은 대통령과 만남이 있어도 이 전 의원은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 측근 의원은 "몇달 동안은 미국에서의 경험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 집필이나 강연활동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전 의원은 떠들썩한 귀국행사를 피하기 위해 귀국 일정과 경로 등을 알리지 않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직항편을 타지 않고 일본을 거쳐 김포공항으로 입국해 언론 노출을 피했다. 도착 즉시 고향으로 향한 이 전 의원은 다음날 부모님 묘소와 고(故)김수환 추기경의 묘소도 잇따라 참배한 뒤 오후 늦게 서울 구산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여권 실세로 불리는 그의 복귀는 향후 여권 권력지형 변화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장 4·29 재·보선 공천과 당협위원장 문제 등 민감한 당내 현안과 관련해 이 전 의원의 입장을 묻는 요구가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과정에서 당내 친이계 의원의 발언이 이 전 의원의 의중으로 해석돼 대선·총선때부터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던 친박계를 자극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이 전 의원 출국 이후 여권을 주도해온 이상득 의원과의 주도권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전 의원은 이같은 주위 상황에 대한 우려에 대해 "바람이 나무를 흔들수도 있지만 뿌리가 깊은 나무는 흔들려도 뽑히지 않는다"고 답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이 전 의원의 향후 행보는 순전히 본인의 선택과 처신에 달려있다"며 좀더 두고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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