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자신감 없이 임한 배역, 더 흥하더라” ‘우는 남자’로 돌아온 김민희

[쿠키 人터뷰] “자신감 없이 임한 배역, 더 흥하더라” ‘우는 남자’로 돌아온 김민희

기사승인 2014-06-03 16:39:01
충무로 여배우 중 이름만 믿고 작품을 보게 만드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실 남자 배우만큼 굵직한 이름은 많지는 않다. 김민희는 충무로에서 ‘티켓 파워’를 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배우 중 하나다. 남자 관객보다 여자 관객이 더 선망하는 외모에 연기력까지. ‘우는 남자’(감독 이정범)의 최모경으로 돌아온 김민희를 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민희가 연기한 여자 모경은 ‘우는 남자’에서 크게 튀지 않는다. 강으로 치면 거대한 흐름을 만들기보다 물살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캐릭터다. 한 순간에 이혼한 전 남편과 어린 딸을 모두 잃는다. 더는 잃을 것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상황에서 치매 걸린 어머니까지 부양한다.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아 다행이지만 겨우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숨을 쉬는 순간마다 누군가가 다시 물 속으로 밀어 넣는다.

죽은 생선 같은 눈을 하고 있는 모경의 눈에 겨우 생기가 도는 순간은 죽은 딸의 학예회 비디오를 볼 때다. 모경은 딸의 가장 예쁜 순간을 보며 오열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모경은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요. 영화에서는 잘 안 나오지만 모경은 딸이 죽은 뒤 집에 들어가지 않고 호텔에서 생활해요. 그러다 겨우 집에 가 우연히 유치원에서 보낸 학예회 비디오를 보게 돼요. ‘엄마 미소’라는 말이 있잖아요. 모경은 아주 오랜만에 딸의 모습을 접했을 거예요. 오랜만에 접한 딸의 모습을 보고 한껏 미소를 띠지만 화면에서 눈을 돌렸더니 딸이 없는 현실이 있는 거죠.”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김민희는 모경의 모성애에서 비롯된 미련과 극이 전개될수록 커지는 증오를 분노와 함께 노련하게 표현했다. 느와르 장르의 특성상 여자 캐릭터는 영화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는 남자’에서 모경의 분노는 주인공 곤(장동건)의 정서보다 훨씬 가깝게 다가온다. 처음의 모경은 지극히 수동적인 캐릭터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증오를 표출하고, 복수를 완성하는 데서 관객은 쾌감을 느낀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모경에게 설렘을 느꼈어요. 매력적인 캐릭터였죠. 자신감은 솔직히 없었지만, 혼자 모경을 생각하고 연기하면서 조금씩 알아나갔어요.”

“자신감이 없었다”는 말은 조금 의외였지만 김민희는 “이상하게 그런 캐릭터들은 전부 좋은 반응이 오더라”며 웃었다. ‘화차’(2012)의 차경선이 그랬고 ‘연애의 온도’(2013)의 장영이 그랬다. 입체적이고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어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큼 잘 해내는 순간 관객들이 캐릭터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납득한 것이다.

“나 자신의 연기력보다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진심을 관객들이 들여다 봐 주면 좋겠다”는 김민희에게 ‘우는 남자’의 흥행 전망을 슬쩍 물었다. “영화의 흥행을 신경 안 쓸 수는 없어요. 스태프끼리 돌려보자고 만든 영화가 아니니까. 작품을 함께 만든 배우로서 더 많은 분들이 봐 주시기를 바라는 건 당연한 거죠. 잘 됐으면 좋겠어요.” ‘우문현답’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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