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회계감사 부담을 줄이고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한 외부감사 규정 개정안을 예고했다. 이번 개정은 주기적 지정과 직권지정 간 중복 규제를 완화하고, 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대한 지정 유예 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위원회는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이하 외부감사규정) 일부 개정안 규정변경예고를 실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기업 지정유예 방안’의 후속조치다.
먼저 주기적 지정과 직권지정에 대한 중복 부담을 완화한다. 그동안 상장기업이 주기적 지정감사를 받고있는 기간 중 직권지정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주기적 지정감사가 끝난 후에 다시 3년간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해 왔다. 주기적 지정 3년차에 직권지정 사유가 발생하면 지정기간은 총 6년으로 늘어난다. 이를 두고 지정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감사인의 잦은 교체로 감사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 주기적 지정기간 중에 직권지정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현재의 감사인 문제가 아니면서 △회계부정이나 부실감사와 관련성이 없는 경우, 지정기간 연장이나 감사인 추가교체 없이 현재 감사인이 감사하도록 개선된다.
금융위는 “현재의 지정감사인에게 직권지정 사유 발생사실을 통지하고, 감사절차 수립·이행시에 관련 위험을 엄정하게 고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기업 지정유예를 위한 유예근거와 평가기준을 규정한다. 개정안에는 주기적 지정 유예를 위해 회계·감사 지배구조에 관한 5대 평가 분야인 △감사기능 독립성 △감사기구 전문성 △회계·감사시스템 실효성 △감사인 선임절차 투명성 △회계투명성 제고노력 등에 대해 17개 평가 세부항목을 담았다.
또한 감사위원의 임기, 감사계약 체결 주기 등으로 즉시 평가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 정관변경이나 확약서 제출 등 대체수단을 허용한다. 대체수단 제출 후 미이행시 유예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주기적 지정유예 기업을 선정하기 위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전문적으로 평가한 ‘회계·감사 지배구조 평가위원회’ 설치근거를 명문화한다. 평가위원에 대해서는 평가대상 회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제척·회피·기피 의무, 심의 종료시까지 신청회사 임직원과의 개별적 접촉금지 의무 등을 신설한다.
감사인 지정점수 적용방식도 개선한다. 현재 감사인 지정은 회계법인별로 공인회계사 수, 품질관리 수준 등에 따라 감사인 점수를 산출한다. 감사인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자산규모가 큰 기업의 감사인으로 지정해가면서 기업이 배정될때마다 일정비율로 점수를 차감하는 방식이다. 이때 회계법인의 소속회계사 수, 품질 관리인력, 손해배상능력 등에 따라 4개 군으로 분류하고 각 군별로 지정가능 기업을 제한한다.
그러나 소위 빅4 회계법인에 대한 지정회사 비중이 계속 늘면서 2조원 이상 회사 배정시 점수 차감폭이 공평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빅4 지정 비중은 지난 2021년 36%에서 작년 54.6%까지 늘었다.
금융당국은 감사인 지정점수를 차감할 때 적용하는 가중치(규모별 가중치)를 감사보수 및 감사투입시간, 그간의 감사품질 개선 수준 등을 반영해 차등화한다. 자산 5조원 및 10조원 이상 구간을 신설한다. 5~10조원은 가중치 4배, 10조원 이상은 가중치 5배를 적용한다. 자산 2~5조 구간은 현재와 동일하게 가중치 3배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회계법인이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기업 1개의 감사인으로 선임되는 경우, 자산규모 5000억원 미만 기업 5개의 감사인으로 선임된 것으로 보고, 감사인 점수를 일정비율로 차감한다.
비상장회사 직권지정시 기업 선택권도 보장한다. 앞으로는 기업이 원할 경우 지정시점에 3년간 동일 감사인에게 지정감사를 받을 수 있도록 연장 선택권을 도입한다. 현행 규정상 비상장사 등에 대해서는 직권지정 기간을 1~2년으로 한다. 지정기간이 종료되면 의무적으로 감사인을 교체해야 해 잦은 교체로 인한 감사 품질 저하와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는 불만이 있었다.
아울러 금융위는 올해 5월부터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하고 준수노력을 기울인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밸류업 우수기업 표창을 실시할 계획이다. 장관급 표창 기업에 대해서는 향후 3년간 감리결과에 따른 조치 수준을 1단계 감경하고 과징금도 10% 내에서 감경(1회 한정)할 수 있도록 관련 근거를 신설한다. 다만 고의적 회계분식 등 중대한 회계기준 위반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제공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번 외부감사규정 개정안은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규정변경 예고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확정·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