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발표한 구독서비스 실태조사에서 이용자 다수가 해지 과정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 유료 전환, 해지 경로의 복잡성 등 이른바 ‘다크패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서울시의 관련 조치가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18∼27일 전국 20∼50대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독서비스 이용현황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9%가 하나 이상의 구독서비스를 이용 중이라고 했다. 이 중 OTT 이용률이 90.1%로 가장 높았고, 쇼핑 멤버십(83.8%)과 음악 스트리밍(73.4%)이 뒤를 이었다.
특히 OTT와 쇼핑 멤버십은 중복 이용 비율이 높아 한 사람이 두 개 이상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음악 스트리밍의 경우 한 곳만 이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구독서비스에 대한 월평균 지출액은 4만530원으로 집계됐다. OTT서비스 2만2084원, 쇼핑 멤버십 1만5426원, 음악 스트리밍 1만667원 순이었다.
문제는 구독 해지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 이용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용자 다수는 서비스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다크패턴’이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56%는 ‘무료 구독서비스 체험 후 유료 전환 또는 자동결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49%는 ‘사전에 안내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체의 58.4%는 ‘서비스 구독 해지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해지 메뉴 찾기 어려움(52.4%)이 가장 큰 불편 요인이었으며, 복잡한 해지 절차(26.5%), 가입과 해지 방법이 다른 점(17.1%) 등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특히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서 OTT·쇼핑멤버십·배달·승차·음악 스트리밍 5개 분야의 13개 주요 구독서비스 해지 단계의 다크패턴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반복 간섭(92.3%), 취소·탈퇴 방해(84.6%), 잘못된 계층구조(소비자 오인 유도·69.2%) 등 서비스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설계가 전반에 적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 들어 해지 단계에서 ‘유지하기’ 버튼에만 진한 색상을 적용하고 ‘해지하기’는 희미한 글씨로 처리해 이용자가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식이었다.
이러한 소비자 불편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교묘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설계가 자리잡고 있다. 법적 제재를 강화해도 사용자 위주의 방식으로, 소비자 권익 침해 등 단속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차원에서의 관련 제도 정비나 구체적인 대안 등 후속 조치가 요구된다. 일각에선 서울시가 플랫폼 사업자와 협의해 해지 UX를 투명하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는 다크패턴 위반 소지가 있는 사업자에게 해당 내용을 알리는 등 시정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공정경제과 관계자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계속 시정 및 계도를 요구해 나갈 방침”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랑 협업하는 등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부분은 테마를 정해서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크패턴 행위는 올해 2월부터 시행된 전자상거래법 개정에 따라 현행법상 위법 소지가 있다.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자 또는 통신판매업자가 소비자의 부주의나 착각을 유발해 온라인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14일 6개 유형의 다크패턴을 규율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이에 따르면 정기결제 대금이 증액되거나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는 경우 증액·유료 전환 전 30일 이내 소비자 동의를 받고, 동의를 취소하기 위한 조건·방법 등을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했다. 다만 1차, 2차, 3차 위반 등 횟수별로 처벌 기준을 차등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