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실제 주인공 이창호 9단, ‘일지매’ 꺾고 블리츠배 우승 [바둑]

‘승부’ 실제 주인공 이창호 9단, ‘일지매’ 꺾고 블리츠배 우승 [바둑]

이창호, 유창혁 넘고 시니어 세계 바둑 오픈 초대 우승
역전에 역전 거듭한 명승부…끝내기에서 승세 굳힌 승리 
‘승부’ 주인공 이창호 “좋아하는 바둑 할 수 있어 복 받아”
초대 블리츠배 우승 상금 3000만원, 준우승 1000만원 수여

기사승인 2025-04-17 11:24:31 업데이트 2025-04-17 11:36:35
영화 ‘승부’ 실제 주인공 이창호 9단이 블리츠배 정상에 올랐다. 한국기원 제공

‘신산’과 ‘세계 최고의 공격수’ 대결에서 신산이 웃었다. 영화 ‘승부’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이창호 9단은 신산 외에도 ‘돌부처’라는 별명을 갖고 있고, 결승서 이 9단과 명승부를 펼친 유창혁 9단은 젊었을 때 ‘일지매’로 불리기도 했다.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두 레전드 기사의 결승 매치가 바둑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16일 막을 내린 제1회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 바둑 오픈 결승에서 이창호 9단이 유창혁 9단에게 304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흑으로 2집반 승리를 거뒀다. 두 기사의 150번째 대결이었다. 이날 승리로 이 9단은 유 9단에게 상대 전적 100승 50패로 앞섰다.

전설들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 결승 대국은 기대만큼 치열하게 흘러갔다. 초반은 백을 잡은 유창혁 9단이 앞섰다. 유 9단은 과거에도 ‘백번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유려한 초반 감각이 강점이었는데, 이날 대국에서도 화려한 행마가 반상을 수놓았다.

하지만 중반에 들어서면서 승률그래프는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고 결국 승부는 끝내기에서 갈리게 됐다. 후반에 들어서자 ‘신산(神算)’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끝내기의 신 이창호 9단이 전성기를 방불케하는 정교한 마무리로 승세를 굳히며 최종 2집반을 남겼다.

블리츠배 초대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마주 앉은 두 명의 레전드, 유창혁 9단(왼쪽)과 이창호 9단. 이날 승부에선 이 9단이 흑으로 2집반을 남기면서 상대 전적 ‘100’승을 기록했다. 150번 겨룬 두 기사의 상대 전적은 이 9단 기준 100승 50패. 한국기원 제공

우승한 이창호 9단은 “유창혁 9단은 항상 어렵게 생각하는 선배라 열심히 두자고 생각했고, 운이 따랐던 것 같다”면서 “바둑이 잠깐씩 싫증 날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바둑을 어렸을 때부터 할 수 있어 복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앞으로도 즐겁게 생각하고 최대한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원해주신 팬들께 감사하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결승 종료 후에는 블리츠자산운용 김성만 회장과 김태규 대표,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이 열렸다. 김성만 블리츠자산운용 회장은 우승한 이창호 9단에게 상금 3000만원과 트로피를, 김태규 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준우승한 유창혁 9단에게 상금 1000만원과 트로피를 전달했다.

제1회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 바둑 오픈은 프로와 아마추어, 국적의 경계를 허문 글로벌 오픈대회로 남녀 시니어 프로(남자 만 50세 이상·여자 만 40세 이상)와 아마추어 남자 만 50세 이상, 여자 만 19세 이상 선수가 출전해 자웅을 겨뤘다.

지난 1월 열린 예선에는 프로 부문에 33명이 출전해 12명을, 아마 부문에 54명이 출전해 6명을 선발했다. 여기에 후원사 시드 6명이 합류해 24강 본선 토너먼트를 벌인 결과 이창호 9단이 최종 우승하며 첫 대회를 마무리했다. 블리츠자산운용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제1회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 바둑 오픈’ 제한시간은 시간 누적(피셔) 방식으로 각자 10분에 매수 추가 시간 20초로 진행했다.

결승 대국이 끝난 이후 시상식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우승자 이창호 9단, 김성만 블리츠자산운용 회장, 준우승자 유창혁 9단, 김태규 블리츠자산운용 대표. 한국기원 제공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