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정기 리뷰 시즌에 시장 시선이 집중됐다. 이번에도 편출 종목이 편입군을 상회할 것으로 평가되면서 MSCI 한국지수 종목 수 감소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동반한 진정한 밸류업을 이룩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월 MSCI 편입·편출 종목이 결정되는 정기 리뷰는 한국 시간 기준 다음달 14일 진행될 예정이다. 심사대상일은 4월16일부터 30일까지 10거래일 중(미국 증시가 휴장하는 18일 제외) 중 무작위로 하루를 정한다. 구성 종목 리밸런싱은 5월30일 적용될 방침이다.
MSCI는 지수의 투자 가능성과 복제 가능성을 위해 종목 편출입 시 시가총액과 유동시가총액, 유동비율, 외국인 투자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 또한 지수 안정성을 위해 완충(buffer) 조건을 두고 종목 편출입을 제한한다. 상장기업이 MSCI 지수에 들어갈 경우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 자금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아울러 이를 추종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순유입 효과로 주가 반등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이번 MSCI 정기변경은 평소와 달리 종목 편·출입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변경은 트럼프 상호 관세 발표 이후 국내외 증시 변동성 확대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면서 “지난 2월 정기변경 사례처럼 편입 종목 없이 편출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 예상한 MSCI 편출 종목은 엔씨소프트와 에코프로머티, LG이노텍, CJ제일제당, SKC, LG디스플레이 등이다. 편입 종목은 삼양식품,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두산,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이 꼽혔다.
편출 예상 종목 가운데 가장 유력한 상장사는 엔씨소프트와 에코프로머티가 꼽힌다. 이들 종목의 전날 기준 시가총액은 각각 3조692억원, 3조61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MSCI 한국 지수 컷오프(편입 기준 시총) 4조1800억원을 크게 하회한 수준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총 컷오프가 신흥국 글로벌 최소 시총 기준(GMSR)의 절반인 4조1800억원으로 조정된 상태인 점에서 기업 수 감소는 필연적”이라며 “엔씨소프트는 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최하위로 편출될 전망이다. 에코프로머티는 유동시가총액 기준을 밑돌아 편출을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신규 편입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종목은 삼양식품으로 예상됐다. 삼양식품 주가는 MSCI 신규 편입 기대감에 16일 장중 97만3000원을 기록하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닭볶음면 등 라면 판매 제품의 해외 비중이 높아 관세 영향은 불가피하나,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로 단기 불확실성은 해소된 상태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편입 후보군에서 가장 유력하다”라며 “현재로서는 편입 가능한 상태로 판단하지만, 지난주와 같은 갑작스러운 주가 변동 상황은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MSCI 비중 지속 하락하는 한국 증시, 대책은 ‘진정한 밸류업’
국내 증시는 MSCI 신흥국지수에서 입지를 점차 잃어가는 추세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달말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시총이 차지하는 비중은 8.99%로 집계됐다. 지난해말 9.7%로 10%선이 붕괴된 지 3개월만에 8%대로 추락한 것이다. 지난달말 기준 중국(31.29%), 인도(18.52%), 대만(16.85%) 등 신흥국지수 내 상위 국가와의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한국 시장 비중이 줄어든 것은 지난 2월 MSCI 정기변경에서 삼성E&A, 엘앤에프, GS, 한미약품, 금호석유, 롯데케미칼, 포스코DX 등 11개 대형 종목이 한 번에 제외된 영향이 주요했다. 이번 5월 정기 변경에서 시장 전망치처럼 다수 종목의 편출이 결정될 경우 한국 비중은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하향세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을 통한 상장사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밸류업 정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해 밸류업 프로그램 공식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해소를 꾀했으나, 16일 기준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6배로 지난해 1월말 0.91배 대비 오히려 줄었다. PBR이 1배보다 낮다는 것은 주가가 기업의 청산가치(자산)보다도 낮을 정도로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은 밸류업 관련 보고서를 통해 “한국 자본시장은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틀에 갇혀 있다. 구조적 저평가의 핵심에는 낮은 PBR,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이 자리잡았다. 단기 이벤트로는 근본이 바뀌지 않는다”면서 “진정한 밸류업은 법 제도 개선, 지배구조 투명성, 지속가능한 수익성이 맞물릴 때 구조적으로 반응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진정한 밸류업을 위한 출발점은 상법 개정”이라며 “상법 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되면서 기업지배구조와 경영진 의사결정 원칙을 바꾸는 신호탄이다. 특히 지주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된 경우가 많은 국내 증시 특성상 지주사는 상법 개정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다. 이를 지배구조 리스크 완화 기회로 삼는다면, 리레이팅을 통해 밸류업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