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새 정부 조직개편 지침서 마련?...“보고서 위한 보고서, 공무원 피로 키운다”[쿡~세종]

행안부, 새 정부 조직개편 지침서 마련?...“보고서 위한 보고서, 공무원 피로 키운다”[쿡~세종]

3~9일 전국 공무원 대상 설문조사 
형식적인 보고·회의에 하루 2시간 소모
보여주기식 행정, 정책 고민할 시간 앗아가
행정 비효율성 개선 연구 6월말 결과 나와

기사승인 2025-04-27 06:00:07
쿠키뉴스DB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 보고서 작성이나 ‘했다’는 식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정부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이번 설문조사의 연장선에서 행정 비효율과 관련된 연구용역도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 결과는 새 정부 출범 초기인 6월 말에 마무리된다.

27일 행정안전부와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공직 내 비효율 개선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여주기식·형식주의 등 가짜노동’(22.06%)’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 이어 ‘민원인 또는 외부기관의 요구에 지나치게 민감한 대응(20.59%)’ ‘보고·결재·회의 등 의사결정 과정’(16.11%)’ ‘조직·인사 관리’(11.28%) ‘재정운영’ (10.9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은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행정망을 활용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중앙부처 1만9383명, 지방자치단체 5만4413명 등 총 7만3996명의 공무원이 응답에 참여했다. 이는 전체 공무원(117만1070명, 2023년 12월31일 기준)의 6.31%에 해당한다.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8.11%가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 요청 등 불필요한 문서 생산이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유발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응답자들은 “문제 해결보다 보고나 결제 등 형식적인 절차를 우선시한다”며 “아이디어 논의, 토론, 조직목표 공유 등 생산적인 회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불필요하거나 형식적인 문서 작업에 하루 평균 1.27시간(76.2분), 불필요한 회의 및 회의 준비에 하루 평균 0.93시간(55.8분)을 소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업무에 투입할 시간이 줄어들어 각 부서마다 인원 부족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보여주기식 홍보나 행사에 대한 불만도 컸다. 주관식 응답에서는 “정책을 검토하기보다는 ‘했다’는 식의 형식적 행정이 반복된다” “언론 비판이 나오면 고위급에게 보여주기식 대책회의를 개최한다” “기관장 홍보를 위한 일회성 행사로 정책 고민 시간이 줄어든다”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조직 및 인사 관리와 관련해서는 조직 신설 이후 중요도가 낮아진 부서가 여전히 존속돼 불필요한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또 무수히 많은 계획이 수립된 이후 실질적 실행 없이 반복되고, 업무 담당자가 바뀌면서 업무의 목적조차 모른 채 수행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운용과 관련해서는 전년도 사업성과나 데이터 기반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외부 요구에 따라 예산이 편성되는 경향이 있었다. 또 예산을 불용 처리하지 않고 억지로 사용하는 사례도 지적됐다.

행안부는 이번 설문 외에도 지난 3월31일부터 한국행정연구원에 ‘행정 비효율의 발생 원인 및 혁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해당 결과는 6월30일 행안부에 보고될 예정이다. 조직 및 인사 분야 전문가가 연구를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가 조기 대선을 고려한 조치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행정연구원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을 염두에 두고 용역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며 “인사 시스템 개선이나 조직 개편 등의 거시적 방향은 참고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윤곽은 5월 이후에야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태구 기자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