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우리 애, 위고비 처방해주세요”…청소년 투여, 기대 반·우려 반

“뚱뚱한 우리 애, 위고비 처방해주세요”…청소년 투여, 기대 반·우려 반

‘꿈의 비만약’ 위고비, 12세 이상 청소년 투여 허가 신청
미국, 유럽은 이미 청소년도 허가…국내에선 ‘삭센다’만 승인
“매일 맞는 삭센다보다 편의성 높을 것” vs “미용 목적, 제한해야”

기사승인 2025-04-29 06:00:08
약국에서 판매 중인 비만 환자용 전문의약품 위고비. 연합뉴스

청소년 비만 환자도 ‘기적의 비만치료제’로 불리는 위고비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오남용 논란이 여전한 만큼 의료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청소년 비만 환자의 투약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비만하지 않은 청소년 환자도 미용 목적으로 처방을 요구할 수 있어 우려가 크다.

2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국 노보노디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12세 이상 청소년의 위고비 투여 허가를 신청했다. 현재는 초기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식약처는 만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 환자에 대해서는 “안전성,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청소년도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다. 노보노디스크가 12세 이상 청소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위고비를 투약한 시험군 중 25.4%가 정상 체중까지 감량에 성공했다. 이같은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 12세 이상 청소년 비만 환자의 위고비 투여를 승인받았다. 

국내에서는 노보노디스크의 또 다른 비만치료제인 ‘삭센다’가 소아·청소년 대상 투여를 허가받은 바 있다. 삭센다는 위고비와 같이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 주사제다. GLP-1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 억제를 돕는다. 

다만 삭센다는 매일 1회 자가 주사하는 방식이지만, 위고비는 일주일에 1회만 주사하면 된다. 성분도 다르다. 삭센다는 리라글루타이드, 위고비는 세마글루타이드를 담았다. 임상시험 결과 위고비가 체중 감량 효과가 비교적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청소년의 위고비 처방이 승인되면, 소아 비만 환자의 투약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28일 쿠키뉴스에 “소아·청소년 대상으로 쓸 수 있는 비만치료제가 한정적이었다”면서 “위고비 임상시험 연구 결과가 긍정적이라, 큰 이변이 없다면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어릴 때부터 혈당 조절 등 대사 문제가 생겨서 체중 관리를 어려워하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고비가 워낙 고가의 치료제다 보니, 경제적 상황 때문에 처방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고도비만 청소년 환자의 경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상생활에서의 어려움도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범조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 환자가 학교 화장실에서 문을 닫고 삭센다를 자가 주사했는데, 친구들이 그 모습을 보고 놀렸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삭센다는 매일 투여해야 하는 방식이다. 놀림을 받을까봐 투여를 건너뛰는 등 주기를 놓치면 혈당 조절이 제대로 안 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삭센다는 매일 1회 투약이 필요해 꾸준한 관리가 어려운 환자에게 불편할 수 있으며, 편의성과 효과 측면에서 위고비가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작용 우려는 여전하다. 위고비는 본래 당뇨병과 비만 치료용으로 개발됐으나, 다이어트 같은 미용 목적으로 오남용되고 있다. 일반인이 고용량을 투여하면 저혈당·저혈압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식약처 의약품 상세 정보에 따르면 가장 빈번하게 보고된 약물 이상 반응은 오심, 설사, 변비, 구토를 포함한 위장관계 이상 등이 있다. 투약 중단 후 다시 체중이 증가할 수도 있다. 

오 교수는 “삭센다 투여 사례를 보면, 비만 환자가 아니어도 처방을 받는다. 비보험이라, 목적에 맞지 않아도 처방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비만이 아닌 아이들의 보호자들이 ‘우리 애도 뚱뚱하다’면서 처방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청소년기는 성장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적절한 영양이 필요할 때 비만치료제 처방으로 음식 섭취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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