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수로 주식 매도가 아니라 매수를 해버렸습니다. 예수금이 부족한데도 거래가 체결돼 놀랐고, 그제야 그것이 미수거래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뒤늦게 확인했을 땐 막심한 손해를 본 뒤였습니다.”
남의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런 경험을 한 개인 투자자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특히 초보자들은 미수거래나 신용거래의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내 돈보다 큰 돈을 빌려 더 벌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빚투에 발을 들이곤 합니다. 이번 ‘알기 쉬운 경제’에서는 미수거래와 신용거래가 무엇인지, 왜 초보 투자자에게 특히 위험한지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미수거래는 주식계좌에 가지고 있는 현금과 주식을 증거금으로, 보유 현금보다 많은 주식을 사게 해주는 것입니다. 일종의 외상 거래 형태죠. 이때 투자자는 담보 격으로 매수금액의 30% 이상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만 있어도 250만~300만원까지 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거래일(D+2) 이내 차입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투자자가 가진 주식을 강제로 팔아 돈을 회수합니다. 이것을 ‘반대매매’라고 부르는데 증권사가 시장가로 주식을 팔아버리면 손실이 확정되고, 이 과정에서 이자, 수수료까지 붙습니다.
신용거래는 미수거래와 비슷하게 증권사의 돈을 빌려 주식이나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방식입니다. 담보유지비율은 140%, 상환기관은 90일입니다. 신용을 활용해 매수한 주식의 가치가 급락해 담보유지비율 아래로 밀리면 여기서도 반대매매가 일어납니다.
두 거래 방식 모두 레버리지 효과(내 돈보다 큰 돈 굴리기)를 쓰는 방식입니다. 사실 반대매매는 시장이 평범할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실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급격한 관세 정책 변화, 국내 정치 환경 등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반대매매가 속출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9일 위탁매매 미수금 중 반대매매가 진행된 금액은 16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반대매매 규모가 130억원을 넘긴 것은 올해 처음이었는데요. 다음 날인 10일에도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125억원에 달했습니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각각 1.8%, 1.3%로, 지난해 11월15일(1.6%) 이후 최고치였습니다. 당시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부과를 강행하고 중국이 보복 관세를 발표하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점이었습니다.
특히 지난달 8일 미국이 중국의 보복 관세에 대응해 중국산 제품에 대해 누적 104%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9일 중국도 맞불을 놓으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84%로 인상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해 90일간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고 발표했지만, 중국에 대한 관세는 누적 125%까지 올라가며 시장 불안이 확산됐습니다. 이에 4월9일 코스피 지수 2300선이 붕괴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 투자자의 자산가치가 급락하고, 담보 부족으로 반대매매가 대량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증권사는 손해를 막기 위해 주식을 강제 처분해 자금을 회수하는데, 이 시스템이 있어야 신용·미수거래 자체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담보 유지 비율을 못 맞춰 원치 않는 반대매매가 실행되면 단기간에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주식시장 빚투에 우려를 나타내며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투자자들이 빚투로 인해 손실이 나면 더 빨리 손해를 만회하겠다는 생각에 패닉 상태가 된다”며 “더 무리한 자금차입과 매매로 인해 파탄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식투자는 위험을 수반한 투자수단이지만 내 계좌를 한순간에 위험에 빠뜨리는 투자방법은 배제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