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확대 상반기 넘기나…카드업계 늑장 이유 있었다

애플페이 확대 상반기 넘기나…카드업계 늑장 이유 있었다

기사승인 2025-05-07 06:00:08
게티이미지뱅크

애플페이의 확대 도입이 상반기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애플페이 도입이 확대되면 삼성페이도 애플페이와 같은 요율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밝힌 영향이다. 비용 절감이 절실한 카드업계는 애플페이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7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페이가 수수료 도입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카드업계의 애플페이 확대 도입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애플페이에 더해 삼성페이에까지 결제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게 되면 카드업계가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는 연간 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삼성페이 결제액은 지난 2023년 73조원을 넘겼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수수료율 0.15%를 적용하면 연간 수수료는 1095억원이다. 여기에 같은 요율의 애플페이 수수료도 감당해야 한다.

단말기 설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이 현대카드로부터 제출받은 애플페이 단말기 보급 대수와 집행비용 자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2022년과 2023년 단말기 4만여개를 설치하고 가맹점과 총 86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반씩 부담했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으로 일반 카드 단말기로 결제되지 않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국에 설치된 신용카드 단말기는 360만여개다. NFC 단말기를 300만개만 추가 설치하고 가맹점과 비용을 반으로 나누더라도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셈이다.

문제는 애플페이 도입으로 카드업계가 기대하는 긍정 효과가 비용을 상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2023년 3월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는 초기 신규 발급 카드량이 급증하는 등 효과를 봤지만 최근에는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6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유입 효과는 선도 업체였던 현대카드가 이미 누린 상황”이라며 “후발 주자 입장에서는 자사 고객에게 편의성을 추가 제공하는 것일 뿐 유입 고객 등 실적 개선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현대카드 외에도 대형 카드사 사이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최근 요율 인하로 신용판매 수수료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대손충당금 등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채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비용을 절감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업황”이라며 “비용을 줄이는 것이 카드업권 전반의 과제”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대손 비용과 조달 비용 부담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양해각서를 작성하는 등 애플페이 도입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는 애플페이 도입에 관해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