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을 시현하면서 실적 침체기를 빠져나오는 모양새다. 그동안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불확실성에서 벗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예년부터 이어진 문제였던 양극화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중소형 증권사인 현대차증권, SK증권, 한양증권, 다올투자증권, iM증권 등 5개사의 올 1분기 연결기준 합산 당기순이익은 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247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흑자 전환을 이루면서 실적 제고의 염원을 이룬 셈이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차증권이 가장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의 실적을 냈다. 현대차증권의 올 1분기 순이익은 193억원으로 전년 동기(102억원) 대비 89% 급증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세일즈앤트레이딩(S&T·금융상품 매매)과 리테일 ‘양 날개’의 고른 수익성 확보와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이번 호실적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한양증권은 1분기 순이익이 21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134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57.5% 오른 수준이다. 다올투자증권도 1분기 순이익 9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67억원) 대비 42% 상승했다.
누적된 적자에서 탈출한 증권사도 존재한다. SK증권은 지난해 1분기 59억원 적자를 냈으나, 올 1분기 27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해 흑자 전환했다. iM증권도 올 1분기 순이익 274억원을 선보이면서 전년 동기(491억원 적자) 대규모 손실에서 벗어났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그동안 실적에 발목을 잡던 부동산 PF 리스크에 따른 충당금 부담 해소가 꼽힌다. 적자 구조에서 탈피한 SK증권은 부동산 PF 관련 기존 대손충당금의 일부 환입이 실적 제고의 주된 원인이다. 실제로 SK증권은 올 1분기 31억원의 신용손실충당금을 환입했다.
iM증권의 경우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한 결과 올 1분기 자기자본 대비 매입확약 실행분 등을 포함한 전체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율이 54%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9%p 축소됐다.
다올투자증권도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와 충당비용을 대폭 줄인 점이 주효했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채권영업, 법인영업을 중심으로 영업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다”면서 “경상이익은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일부 부동산PF 사업장에서는 충당금 환입도 발생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현대차증권과 한양증권은 실적 제고를 넘어서 구조적인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PF에 집중됐던 수익성 구조를 전 부문으로 확대해 리스크 완충 효과와 내실 다지기를 동시에 이루겠단 전략이다.
현대차증권은 올 1분기 S&T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690억원의 순영업수익을 기록하면서 수익 창출 극대화에 성공했다. IB부문에서도 1조2125억원의 회사채 인수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늘렸다.
한양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2003억원의 영업수익을 냈다. 항목별 비중은 수수료수익 335억원(16.73%), 금융상품평가 및 처분이익 638억원(31.83%), 파생상품거래이익 712억원(35.57%), 이자수익 268억원(13.36%) 등이다. 특히 수수료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84% 급증했다.
다만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 양극화 현상이 해소되기에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부동산금융 관련 위험값이 전반적으로 상향될 경우, 중소형 증권사의 위험투자여력이 저하될 수 있다”면서 “달라지는 부동산금융 시장 환경과 규제 환경에 대한 사업·재무적 대응 여력 등이 양극화를 지속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는 지난해까지 충당금을 굉장히 많이 쌓아왔다.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올해는 부담이 줄어든 만큼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올해 과제도 수익성 강화가 중점이 될 것이다. 증권사마다 장점이 다른 만큼, 해당 부분을 극대화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사업 부문의 고른 성장을 꾀하는 전략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