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출범에 따른 복지 정책 개편이 속도를 내면서, 사회복지 분야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재정 효율화를 위해 일부 사업의 조정과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제도 변화에 대한 복지 수혜자들의 불안감도 함께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고령층과 장애인, 저소득층 등 이른바 ‘취약계층’은 정책 방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복지 제도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흔들릴 경우 제도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복지 예산 유지, 세부 구조는 변화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은 총 125조4909억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전년 대비 8조4465억원(7.2%) 증가한 규모다.
세부적으로는 중복되거나 효과성이 낮은 사업에 대해 통합·축소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중복 지원 가능성이 있는 일부 현금성 사업을 조정하거나,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이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년월세지원 사업은 지자체 재량에 맡기도록 방향이 전환됐고, 일부 고령자 일자리 사업도 통폐합이 검토 중이다.
정부는 복지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선택적 복지’ 기조를 강화해 취약계층에 대한 정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거나 기존 수혜자들과의 소통이 부족할 경우 오히려 정책 불신과 체감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편 복지 확대 속 형평성·재정 논란
복지 전문가는 현 정부가 복지 지출의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순덕기 한국열린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재명 정부는 복지의 효율성보다 포괄적 지출 확대에 무게를 두는 기조로 보인다”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제도적 기반이 비교적 탄탄한 만큼 기존 수급자 체계가 크게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정부는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보편적 수당을 중심으로 복지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접근은 일부 연금 수급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순 교수는 “수당과 연금 간의 실질 격차가 줄어들 경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계층의 반발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복지 제도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국민연금 개혁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현재의 낮은 소득대체율을 개선하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반대가 뚜렷해 실질적인 개혁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복지를 단순한 지원이 아닌 경제 활성화의 동력으로 보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이들의 소비 여력을 끌어올리고, 나아가 내수 회복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 역시 “정부가 복지 축소보다는 경제 선순환 구조 속에서 복지를 활용하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복지 지출이 늘어날수록 조세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세금 저항이나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복지 확대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이러한 문제에 대한 사전 대비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무엇보다 복지 정책의 핵심은 ‘신뢰’와 ‘일관성’이다. 단순히 예산의 크기나 수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국민이 믿고 기대할 수 있는 복지의 연속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