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M 수직계열화 주도 한화에어로…K-방산 ‘심장·손·발’ 직접 만든다

PGM 수직계열화 주도 한화에어로…K-방산 ‘심장·손·발’ 직접 만든다

기사승인 2026-04-30 11:00:03
사진2. 29일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테크 아카데미 2026'에서 전시된 '한국형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탄도수정신관', '정밀유도포탄' 모형.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적의 전략 요충지를 정밀 타격해 아군의 피해는 줄이고 전쟁의 효율은 극대화하는 정밀유도무기(PGM)가 현대전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PGM 시장이 ‘저비용·고효율’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원료 생산부터 체계 종합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K-방산의 기술적 자립을 선언하고 나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무기체계의 독자 생산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폭적인 CAPEX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 19일 공시된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당기 유형자산 신설 및 확장 규모를 나타내는 증감액 합계는 약 406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약 3416억 원 규모의 건설 중인 자산 잔액을 보유하며 PGM 핵심 부품 등의 안정적인 양산 체계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무기체계 기술을 독자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적 토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직 계열화는 무기의 기초가 되는 원료 단계부터 시작된다. 한화는 고체 추진제의 핵심 원료인 산화제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직접 생산하고 있다. 연료 제조부터 핵심 부품 제작, 최종 체계 조립 및 검사까지 단일 공정 내에서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보유한 셈이다. 이러한 구조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국가별 독자적인 전력 증강 요구에 즉각 대응하고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기능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산화 중인 PGM의 핵심 기술은 비행 효율을 극대화한 추진기관과 극한을 견디는 제어 시스템으로 요약된다. 미사일의 ‘심장’ 격인 덕티드 램제트(Ducted Ramjet) 엔진은 기존 로켓과 달리 비행 중 흡입되는 외부 공기를 산화제로 활용해 사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렸다. 특히 마하 3 이상의 초고속 비행 시 엔진이 꺼지는 ‘소화 현상’을 가스발생기와 공기 흡입구의 유기적 연동을 통해 극복하며 안정적인 타격 능력을 검증해 냈다.

무기의 ‘손과 발’ 역할을 하는 유도 제어 기술 역시 성과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에서 중요성이 입증된 항재밍(Anti-Jamming) 성능까지 확보했다”면서 “우리 군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며 실전 신뢰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포탄 발사 시 발생하는 30000G 수준의 물리적 충격을 견디고, 비행 정점에서 날개를 펴 탄도를 정밀 조정하는 구동 제어(Actuator) 기술을 더해 글로벌 수준의 스마트 탄약 생태계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방위적 수직계열화가 자칫 ‘규모의 비경제’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방산 공룡들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핵심 부품을 공급하며 원가를 낮추는 반면, 내수 중심의 독자 개발은 막대한 초기 R&D 비용과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져 오히려 단가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경제성에 대해 “개발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단가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가격이 비싸더라도 기존의 탄약보다 발사 수량이 적게 표적을 제압할 수 있기에 군수 지원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 단계이기에 얼마나 더 합리적 단가로 결정할지 지금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경제성 확보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정밀유도포탄의 수직계열화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일부 미확보 기술에 대해선 국내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국산화를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핵심 부품 국산화율에 대한 질문에 “거의 모든 구성품을 국산화해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했으나, 고충격을 견디는 위성항법 장치와 관성항법 장치 기술 중 일부는 아직 개발을 진행 중”이라면서 “미확보 기술도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조속히 국산화를 완료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