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택소노미’ 시험대 오른 전통 제조·전력망… LS전선·효성중공업, ‘녹색 회계’ 대수술 본격화

‘K-택소노미’ 시험대 오른 전통 제조·전력망… LS전선·효성중공업, ‘녹색 회계’ 대수술 본격화

기사승인 2026-04-30 16:56:59 업데이트 2026-04-30 16:57:33
효성중공업 수소엔진 발전기. 효성중공업 제공

유럽 등 주요국이 지속가능성정보 공시지침(CSRD)과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FDR)을 통해 인증의 장벽을 높이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의 친환경 경영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 ‘국가 공인 데이터’로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변곡점에 섰다. 이제 기업의 대규모 설비 투자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라는 엄밀한 잣대로 측정돼 자본시장에서 실질적인 재무적 이익으로 환산되는 ‘녹색 회계’ 시대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이날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LS전선, 효성중공업 등 5개 선도 기업과 ‘K-택소노미 기반 정보공개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기업이 자사의 탄소중립 활동을 객관적 지표로 산출하고 이를 재무제표와 공시 자료에 투명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 단위 설비 투자가 수반되는 제조업 분야에서 이번 협약은 기업 가치 평가의 기준을 바꾸는 체질 개선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을 필두로 한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S전선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예상 설비투자액(CapEx)은 총 1조2881억원에 달하며, 이는 전년 대비 약 61% 급증한 규모다. 3000m 대수심용 HVDC 케이블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동해 사업장 공장 증설에 집중하며, 이 방대한 투자를 K-택소노미상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자산으로 공인받겠다는 구상이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BTi)로부터 Net-zero 목표를 공식 승인받은 것은 ‘선언’을 넘어 ‘실천’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며, “에너지 전환이라는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고부가가치 기술과 솔루션 개발에 집중해 그린비즈니스 공급망의 핵심 리더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효성중공업 역시 수소 엔진발전기 및 친환경 전력 기기 R&D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중공업 이미지를 벗고 ‘수소 에너지 전환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100% 수소로 가동하는 수소엔진발전기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온실가스인 SF6(육불화황)를 제거한 친환경 개폐장치(GIS)와 생분해성 에스테르유 변압기 개발에 주력한다. 특히 투자 결정 단계부터 탄소 배출량을 재무적 가치로 환산하는 ‘내부 탄소 가격제(ICP)’를 도입해 ‘진짜 녹색’ 투자를 선별하고 있다.

황윤언 효성 대표이사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기업 경영의 중대한 리스크이자 기회로 인식하고 ‘그린경영 Vision 2030’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며, “글로벌 환경 규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수소 밸류체인과 같은 신기술 도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러한 녹색 수치를 바탕으로 자본시장에서의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보장할 계획이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우리은행 등 금융권은 기업이 공시한 녹색 지표를 기반으로 자금 배분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대출 한도 및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기업들의 경우 K-택소노미 공인 지표를 통해 투자 자산의 녹색 정당성을 확보하고 금융권의 환경책임투자 기준을 충족함으로써, 이번 협약을 통한 조달 금리 인하(그리니엄) 혜택으로 막대한 이자 비용을 절감하는 재무적 실익을 거둘 수 있다.

기업의 친환경 기술이 재무제표상에서 얼마나 정교한 ‘녹색 숫자’로 산출되는지가 향후 글로벌 투자 유치의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한국 기업들이 유럽의 CSRD 등 글로벌 공시 표준에 발맞춰 ‘데이터로 증명하는 친환경’ 시대를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참여 기업들은 경영활동 중 녹색분류체계에 부합하는 경제 활동을 식별하고, 이를 재무제표상 어느 사업 파트까지 적용할지 내부적으로 면밀히 논의 중인 단계”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이 선정될 지는 향후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협약에 대해 “EU의 CSRD 및 SFDR 등에 따른 택소노미 의무 공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충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탄소중립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녹색분류체계가 금융 현장에서 환경책임투자의 기준으로서 확고히 자리 잡아, 향후 녹색금융 시장이 성숙되어 유의미한 그리니엄이 형성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