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송병기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모네여성병원 결핵감염 사태와 관련 “결핵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감염병으로 예산을 아껴서는 안된다”며 결핵 퇴치를 위한 제도개선과 예산 지원을 필수라고 강조하고 나섰다.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8일 ‘산부인과 잠복결핵 감염 사태 관련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정부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의사협회는 “해당 간호사 외 추가 결핵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해당 의료기관 신생아실을 이용한 신생아와 영아 100여명이 잠복결핵으로 진단돼 항결핵제를 수개월간 복용해야 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잠복결핵으로 진단된 영유아와 그 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해당 의료기관 또한 하루 속히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의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결핵환자 발생 수는 80명 이상, 신규 결핵환자 연간 3만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 중 가장 높은 수치로, OECD 평균 11.4명의 8배에 달한다. 또 연간 약 2200여명이 결핵으로 사망하는 등 결핵은 여전히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크게 위협하는 감염병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존 치료 중심 결핵퇴치 사업을 탈피해 선제적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잠복결핵 치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작년 3월 선제적 예방에 중점을 둔 ‘결핵안심국가시행계획안’을 마련해 잠복결핵 단계에서 조기발견과 예방적 치료를 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기존 치료 중심 결핵퇴치 사업 실패의 원인은 높은 잠복결핵 감염률에 기인한 부분이 있지만 다른 여러 가지 요인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결핵을 감별해야 하는 호흡기 증상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을 때부터 다른 환자와 분리해 진료할 수 있는 진료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입원 시 격리 문제는 최근에서야 관심을 갖고 준비하는 단계라는 점이다.
의사협회는 “항결핵제 복용 초기 2주간은 전파력이 있어 격리가 필수적이나, 현실적으로 생업이나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격리를 지키기 못하는 어려운 경우도 많다”면서 “결핵 의심환자의 응급실 내원 시 조기 확진을 위해 선제적 검사를 하는 경우 급여가 불인정되는 문제, 별도의 관리체계 부재, 결핵 치료과정에서의 부작용에 대한 보상 등 실효성 있는 제도적 뒷받침과 예산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기존 결핵퇴치사업 실패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해 처음 잠복결핵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에 따르면 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교원 47만명, 병역판정검사 대상자 34만명, 의료기관·어린이집·사회복지시설 등 집단시설 종사자인 고위험군 38만명 등 총 120만명이 대상이다. 앞으로 수년간 한시적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또 잠복결핵감염 검진·결핵 예방법에 따르면 의료기관, 산후조리업,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아동복지시설 등은 의무적 검사 실시 대상이다. 해당 책임은 해당기관의 장에게 있다. 의료인은 매년 결핵검진을 받아야 하고, 기관에 소속된 기간 중 1회는 잠복결핵감염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결핵환자를 검진·치료·진단하는 의료인 및 의료기사, 면역력이 약해 결핵 발병 시 중증결핵 위험이 높은 환자와 접촉하는 종사자는 매년 잠복결핵감염 검진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이러한 사업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의사협회는 “잠복결핵 검사에 대한 예산 지원은 올해 단기사업으로만 책정돼 있어, 내년부터는 개인당 4~5만원에 달하는 검사비용이 의료기관 및 시설(총 160억원 이상)에 전가돼 많게는 기관당 억대의 비용을 고스란히 민간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협회는 “법안을 마련해 잠복결핵 검사는 의무화됐지만 여기에 필요한 예산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면서 “이렇게 되면 온갖 편법이 난무하고 실패한 치료중심 결핵퇴치 사업의 전철을 되밟게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협회는 “메르스를 국가에서 책임졌듯이 결핵도 국가에서 책임져야할 감염병이며, 국민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문제에 관해서는 필요한 예산을 아껴서는 안 된다. 대형버스 졸음운전 사고 예방을 위해 제도적 정비와 예산 지원이 필요하듯이 결핵 퇴치를 위해서도 제도 정비와 예산 지원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의사협회는 ▲의료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핵 퇴치 중장기 계획안 마련 ▲결핵예방법에 따른 잠복결핵검사 대상자에 대한 예산 전액 지원 ▲취업자의 취업과정 또는 직장 근무자가 잠복결핵 진단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 마련 ▲결핵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안전하고 빠른 진단을 위한 진료 시스템 구축과 선제적 검사에 대해 급여인정 범위 확대 ▲효율적인 결핵관리를 위해 초기 2주간 격리 및 지원 방안 마련 및 항결핵제 복용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보상 등에 관한 제도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songbk@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