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이른둥이 가족에게도 해당될까?

[기획]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이른둥이 가족에게도 해당될까?

의료비·양육비 부담 큰 이른둥이 가정…정부 지원 늘려야

기사승인 2017-10-23 00:17:43 업데이트 2017-10-23 08:27:03
[편집자 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초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아픈 데도 돈이 없어서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것은 피눈물이 나는 일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도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 정책 추진을 통해 다양한 정책을 실행에 옮겼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가 보장성 강화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취약계층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저출산시대 이른둥이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절실함에도 일부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출산이지만 이른둥이 출산은 증가…RS바이러스 예방접종 건강보험 적용 늘려야

“아기가 태어난 후 인큐베이터에 있을 때 한 번, 그 후 외래 진료에서 한 번 RS바이러스 예방접종을 받았죠. 그런데 10월에 다시 받으려는데 산정특례 대상이 아니라고 해요. 정기검진에서 호흡기질환으로 치료받은 내역도 있고 한데 100% 본인부담이죠. 호흡기가 아직 약한 이른둥이다 보니 비용우담이 있죠.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잘 생각해보라곤 하셨는데 정부가 좀 더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2월 29주만에 이른둥이(미숙아)로 아이를 출산한 A씨의 말이다.

지난 2014년 1월 25주차에 680g의 이른둥이를 출산한 B씨는 “손위에 형제가 있어서 RS바이러스 예방주사를 접종했었는데, 나중에는 건강보험 적용이 비용부담이 커서 못 맞았다. 그러다가 폐렴 때문에 아이가 굉장히 고생을 했다”며 지금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B씨는 “아이가 태어난 후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산정특례 대상이 됐고, 10% 본인부담으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주변 이른둥이 엄마들을 보면 재활센터 치료나 다른 검진과 예방접종이 본인부담일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너무 안타까웠다”며 이른둥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나라에서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고령화 가속, 이른둥이 출생률은 증가

재태기간 37주 미만 출생 시 미숙아 또는 조산아라고 하고, 몸무게가 2.5㎏ 이하로 태어난 경우 저체중 출생아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미숙아라는 말 대신 한글 이름 ‘이른둥이’로 순화해 부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수는 40만62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태어나는 신생아수는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30만명대에 첫 진입할 것으로 추정돼 출생아 수는 계속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이른둥이 출산율은 계속 증가 추세다. 2004년 이른둥이 출생아 수는 2만 1749명이었는데 2007년에는 2만5286명, 2011년에는 2만8097명으로 늘었고 2015년에는 3만408명에 달했다.

이처럼 이른둥이 증가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 증가와 결혼 기피 현상, 양육 부담으로 인한 출산 기피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결혼 연령이 늦어짐에 따라 산모의 노령화와 불임이 증가하게 됐고, 이에 따른 인공임신술의 증가로 인한 조산이나 다태아의 증가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2016년 평균 출산연령은 32.4세로 2006년(30.4세)과 비교해 10년 만에 2살이 더 높아져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구성비는 26.4%로 전년(23.9%)보다 1.4% 증가했다. 출생아 중 2명 이상 다태아 구성비는 3.9%로 20년 전인 1996년에 비해 2.8배 증가했으며 다태아 출산모는 30대 후반이 5.5%로 가장 높았다.

◇늘어나는 이른둥이 가정, 의료·양육비 부담 커

이른둥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여전히 의료비와 양육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

실제 대한신생아학회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2개월 동안 이른둥이 부모 539명, 일반아 부모 424명을 대상으로 ‘신생아 양육 실태 및 부모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른둥이 가정 두 집 중 한 집 이상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보다 적게 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월평균소득이 399만원 이하인 이른둥이 가정은 전체의 53%였다. 이는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 약 442만원(통계청 2016년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보다 낮은 수치다.

또한 맞벌이 부부 비율도 이른둥이 가정(32.3%)이 일반 가정(46.5%) 보다 13.2포인트 더 낮았다. 이와 관련 엄마가 전업주부인 비율은 이른둥이 가정에서 약 15포인트 높게, 전문직인 비율은 약 10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이른둥이 가정의 83.2%는 양육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가정 70.4%에 비해 13.2포인트 높은 수치다. 자녀에게 지출하는 연평균 비용도 이른둥이 가정이 높았다. 이른둥이 가정의 경우 자녀 연평균 지출비용 200~500만원이라는 응답이 20.8%였던 반면, 일반 부모는 50~100만원이라는 응답이 19.7%로 가장 높았다.

자녀에게 지출하는 비용 가운데 가장 큰 항목으로 이른둥이 부모는 의료비(38.8%)를 꼽았다. 이어 식비(32.2%), 보육·교육비(15.8%) 순이었다. 일반 부모는 식비(34.8%)와 보육·교육비(34.8%) 지출이 가장 컸고, 의료비는 11.7%였다.

이에 대해 대한신생아학회 최명재 대외협력위원장(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이른둥이 부모들의 어려움. 이른둥이(미숙아)들이 병원 치료를 받다가 퇴원 후에 잦은 재입원과 잦은 외래 방문, 재활치료 등의 부담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이른둥이 가정의 경우 양육비나 의료비 부담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이른둥이

이른둥이는 37주 미만에 출생해 면역력이 약하고 신체장기 발달이 미숙하다. 따라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각종 합병증의 위험에 노출된 채 힘겹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른둥이에게 주로 나타나는 합병증으로는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기관지폐이형성증, 저혈당증, 뇌출혈, 이른둥이 망막증, 신부전, 신생아 패혈증, 빈혈, 체온조절 미숙 등이 있다.

이른둥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신체·정신적 발달 문제로는 신체 산소량 및 대뇌혈류 변화,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 뇌전도 이상, 미주신경 이상 등과 정신지체, 자폐증, 뇌성마비 등이나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성장 후 천식 발병 등과 같은 신체적·정신적·신경학적 발달 문제, 사회적 행동 발달 장애, 언어 발달 장애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호흡기와 폐 관련 질환을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대한신생아학회 조사 결과, 이른둥이들의 재입원 원인 중 호흡기 감염(37.7%)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수술(18.1%), 호흡기 외 감염(14.5%), 성장부진 및 영양 문제(3.9%) 순으로 나타났다. 이른둥이들은 재태 기간이 짧아 폐 성숙이 덜 돼 있어, 특히 호흡기 질환에 취약해 호흡기 관련 질환(59.9%)으로 응급실을 가장 많이 찾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둥이 ‘RS바이러스 예방 주사 보험급여 적용 대상 확대’해야

RS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는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3월경까지 유행한다. 12개월 이하 영유아 대부분이 한번 이상 감염되는 바이러스이다. 독감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보다 사망률이 10배나 높을 정도로 위험성도 높다. RS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대다수의 아이들은 자연 치유되지만 문제는 기관지폐이형성증이나 선천성 심장질환, 면역이 약한 이른둥이 등 고위험군 아기들이다.

최명재 위원장은 “RS바이러스는 성인이나 소아청소년들의 경우 그냥 감기처럼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영유아 등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RS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렴이나 모세기관염 등에 의해 심한 호흡곤란이 오게 된다. 또 이른둥이들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오랜기간 인공호흠기 치료와 호흡기치료를 통해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이 시기(RS바이러스 유행시기)가 되면 사망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선 A씨와 B씨의 사례처럼 이른둥이 가정의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이른둥이와 같은 고위험군 아기에게 필요한 RS바이러스 예방접종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정부가 지난해 ‘미숙아·신생아 진료보장 강화 및 분만인프라지원’을 통해 올해부터 이른둥이 대상 외래진료비 경감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RV바이러스 예방접종의 경우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RS바이러스 예방 주사 보험급여 대상을 ‘RSV 계절에 출생해 손위형제자매가 있는 36주 미만으로 태어난 미숙아’와 ‘혈류역학적으로 유의한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만 24개월 미만(24개월+0일) 영유아’로 확대했다. 하지만 외동이나 다태아(쌍둥이)의 경우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명재 위원장은 “32주 미만 이른둥이의 경우 예방주사를 접종 받을 수 있다. 1개월 간격으로 5회 근육주사를 한다. RS바이러스 예방백신은 총 5회를 접종하는데 비용이 300~400만원 정도다. 현재 정부 지원은 본인 부담 10%해서 건강보험을 지원해준다”면서 문제는 32주에서 36주 사이의 이른둥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RS바이러스 예방접종은 과거 정부 지원이 되지 않았다가 작년 말부터 손위 형제가 있는 이른둥이의 경우 건강보험에서 접종을 지원해준다. 어린이집 등을 다니는 손위형제에 의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점이다. 손위 형제가 없는 32주에서 36주 사이의 이른둥이, 즉 아이가 하나인 이른둥이 가정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다. 또한 쌍둥이들도 정부 지원 대상이 아이이서 RS바이러스 예방백신을 100% 본인 부담으로 접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신생아학회 조사에 따르면 이른둥이와 같은 고위험군 아기에게 필요한RS 바이러스 예방 접종의 경우 ‘(손위형제자매 유무의 제한없이) 다태아나 외동인 이른둥이에게도 지원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55.8%로 높았다. 특히 이른둥이는 4명 중 1명이 다태아(25%)로 태어나는 등 다태아 비중이 월등하게 높음에도 보험급여 대상에서 다태아를 제외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건강한 모든 영유아의 호흡기 건강을 위한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물론, 올해는 6~59개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독감 예방접종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 취약층으로 적극적인 예방이 절실한 이른둥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좀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명재 위원장은 “정부 지원이 한정적이다 보니, 굉장히 절실하게 예방쥬사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정부 지원에서 누락되고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정부가 지원을 좀더 확대했으면 한다. 또한 이른둥이들의 지속적인 재활과 치료 지원을 위해 현행 2년인 이른둥이 산정특례 기간 5년으로 늘려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힘줘 말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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