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정부의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이 해마다 난항을 겪는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와 백신 공급 기업의 이견이 지속되면서다.
국가예방접종을 위한 인플루엔자 백신 입찰공고가 4차례 재공고됐다. 나라장터 입찰정보에 따르면 질본의 2020-2021절기 인플루엔자 백신 구매(국가지원사업, 지자체사업, AI대응요원 등) 공고와 2020-2021절기 인플루엔자 백신(어린이, 임신부) 입찰은 각각 지난 6월24일 최초 공고된 이후 ▲7월15일 ▲7월24일 ▲8월7일에 거듭 재공고됐다.
유찰 사유는 개찰 1순위 기업이 공급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개찰 1순위 기업이 최종 낙찰자가 되려면 개찰 1개월 안에 적격심사신청서, 공급확약서 등을 조달청에 제출해야 한다. 투찰한 기업이 개찰 이후 최종 낙찰을 단념한 것이다.
투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된 사례도 있다. 지난달 14일 재차 열린 2020-2021절기 인플루엔자 백신(어린이, 임신부) 입찰의 유찰 사유는 ‘무응찰’이었다. 아무도 개찰일까지 투찰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질본에 인플루엔자 백신을 공급할 최종 낙찰자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백신 단가와 재고 문제가 쟁점으로 꼽힌다.
질본이 공고하는 추정단가와 시장가격은 5000원 이상 차이 난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시장 가격은 1만4000~1만5000원이다. 지난 7일 2020-2021절기 인플루엔자 백신 구매(국가지원사업, 지자체사업, AI대응요원 등) 공고에서 질본이 제시한 수량은 1259만1190도즈, 추정단가는 1도즈에 8790원이다. 개찰 1순위 서준약품의 투찰금액은 1079억8105만7800원, 개당 약 8580원이다. 지난 6월24일 첫 입찰공고에서 질본이 제시한 1도즈당 추정 단가는 이보다 더 낮은 8490원이었다.
재고에 대한 부담도 기업들을 단념하게 만든다. 최종 낙찰자가 공급하기로 예정된 계약 물량이 전부 소진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해 독감 예방접종률이 낮아 남은 백신은 기업이 처리해야 할 재고로 돌아온다. 재고분에 대한 보상이나 재고 부담을 분산하는 제도는 없다.
백신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 관계자는 “질본에서 책정하는 추정단가가 너무 낮다”며 “그동안 기업들은 공공부문에 참여한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고 투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진을 남기려면 시장에 전량 공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떠안게 되는 재고 처리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질본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에 가깝다”고 말했다.
질본은 가격과 재고분에 관해 규정된 원칙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본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질본이 입찰에서 제시하는 인플루엔자 백신 단가는 시장 가격의 70%로 산출된다”며 “백신뿐 아니라 모든 국가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할 때는 단가를 시장 가격의 70%로 산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신 재고분에 대해서는 “최종 낙찰자와 계약한 물량의 3%에 해당하는 재고는 기업에 환불할 수 있다는 조항을 계약 사항에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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