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안 한 전공의 ‘고발’ 직전…의대 교수들 ‘의대생’ 보호 나서

복귀 안 한 전공의 ‘고발’ 직전…의대 교수들 ‘의대생’ 보호 나서

복지부,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 고발 일정 조정 

기사승인 2020-08-28 04:01:06 업데이트 2020-08-28 11:05:55
대전협, 예고됐던 고발장 접수 시간에 성명서 발표

“신뢰 깨졌다…진정성 있는 대화해라” 촉구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예정된 전공의 파업을 하루 앞둔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병원 의사 파업으로 정상 운영이 어렵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정부가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 일부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료계 갈등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의사단체는 단 1명의 전공의라도 고발당하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으며, 의대 교수들은 의대생 보호에 나선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오후 4시 50분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 일부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하겠다고 1시간 전에 공지했다가 5시 18분경 일정을 취소했다. 복지부 측은 “병원장 간담회 등 다양한 경로로 의료계 원로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상황으로, 업무명령개시 위반 전공의에 대한 고발장 제출 일정은 추후 공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복지부는 전날 오전 8시에 기해 집단휴진에 나선 수도권 수련병원 95곳에 속한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주요 병원 20곳의 응급실과 중환자실 현장조사를 통해 명령에 불응한 인력 358명에 대한 개별 명령서를 발부했다. 

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회원들에게 휴대전화를 끄고 병원 등 외부의 연락을 받지 말라고 하는 등 업무개시명령 회피를 위한 단체행동 세부지침을 내렸다. 또 통보받았더라도 응하지 않고, 이로 인한 행정명령과 불이익은 1만6000명의 전공의가 함께 감수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희망자에 한해 사직서를 내는 젊은의사 단체행동도 돌입한 상태다. 

김현숙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대전협 지침 등에 따라 대다수의 휴진자가 휴대전화를 끄고 연락을 받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명령서 수령을 회피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병원 관계자 등에게 명령서 수령증과 확인서를 교부하고 휴진자에게 송달할 수 있도록 하고 채증을 실시했다”며 “현 행정절차법에서 규정한 다양한 방법으로 수령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명령을 불응한 전공의들에 대해서도 “판례에서도 사직서 제출을 집단행위의 한 사례로 보고 있다. 사직서를 제출해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부할 수 있으며, 불응에 따른 조치는 동일하게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사직서를 제출했을 경우에도 업무개시명령 불응과 동일하게 3000만 원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1년 이하의 자격정지가 가능하다. 

대전협은 당초 안내됐던 고발장 접수 일정 시간인 4시 50분경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는 전공의를 향한 업무개시명령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어가라”고 촉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당초 안내됐던 고발장 접수 일정 시간인 27일 4시 50분경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는 전공의를 향한 업무개시명령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어가라”고 촉구했다. 페이스북 화면 캡쳐.


대전협은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시켜 전공의들을 색출하고 잡아들이고 있다. 병원마다 찾아가 빠져나간 전공의 명단을 내놓으라고, 그렇지 않으면 업무정지를 시키겠다며 우리의 스승님들을 협박하고 있다”면서 “문자를 통해 명령서를 발송해 무심코 열어본 순진한 전공의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려고 하며, 형사처벌도 서슴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오늘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는 대전협 및 비상대책위원회 집행부 명단을 요청했다. 뻔한 수로 우리를 압박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어 나가기로 한 지 고작 며칠이 지났다. 합리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다음 대화 날짜를 잡기도 전에, 간신히 쌓은 상호 간의 신뢰가 그대로 깨져버렸다”며 “업무 중단 기간 동안 우리는 한 번도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우선한 적 없다. 또한 모든 걸 내놓고 싸우는 도중에도 코로나 방역과 필수의료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결의했다. 이것이 의사로서 본분을 지키기 위한 대한민국 전공의들의 최소한의 양심이자 진정성이었다. 대한민국 정부의 진정성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20-30대 어린 의사들을 향해 거대한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한 ‘업무개시명령’이라는 협박에 우리는 다시 한번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 이를 당장 멈출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공권력을 이용해 젊은 청년들을 겁박하는 행위는 비단 의료계뿐 아니라 온 국민이 분노할 행위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대응 수위가 높아지자 선배 의사들은 ‘후배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날인 26일 협회 유튜브 채널(KMA-TV)을 통해 “전공의와 의대생들 중 1명이라도 파업으로 불이익을 당할 경우 13만 회원 전원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생을 보호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의사국가시험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이는 국가시험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에 한해 응시 취소를 진행하고, 내달 1일로 예정된 실기시험도 진행하겠다는 정부 조치에 따른 것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소속 전국 40개 의대학장과 원장들은 “우리는 진료실과 연구실에서 일하는 ‘의사’이기도 하지만 학생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라는 책무가 있다.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비의사인 의대생들을 보호하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는 의대생들을 교육현장으로 되돌려 놓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또 현재 수도권 코로나19 상황의 악화로 정상적인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이 진행될 수 없기에 안정적인 의사인력 배출을 위해 국시를 최소 2주 이상 연기하는 정책의 유연성 발휘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서울대 의대는 “수많은 의과대학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했고 졸업반 학생들은 9월 초에 시작되는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를 철회했다. 이들의 스승으로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혹시라도 의과대학생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스승인 우리 교수들이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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