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세가 쉽게 잡히지 않는 가운데, 전 국민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8개월째 되면서 장기화에 접어들자, 이와 관련한 우울증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 우울, 무기력감을 가리켜 ‘코로나 우울’이라 지칭한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코로나 우울’과 관련한 상담 건수는 지난달 40만건을 넘어섰다. 감염에 대한 우려, 경제적 타격에 따른 어려움, 무분별한 정보로 인한 불안 등에 따라 ‘코로나 우울’을 호소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방역당국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코로나 우울’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코로나 우울은 한국의 특성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공통의 사회적 현상”이라며 “코로나 우울과 관련해 여러 학회 등과 합심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도 ‘코로나 우울’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미래통합당 백종헌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 우울’에 대해 질병코드를 부여해 국가에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코로나 우울과 유사한 불안장애 코드로 월평균 진료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보다 31.4% 증가했다”며 “코로나19로 육체적 고통을 느끼는 국민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국민이 정신적으로 아주 힘들어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치료 및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질병코드를 만들어서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문가적인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 가족 간 갈등, 감염에 대한 우려와 함께 코로나19가 장기화로 인한 무기력함, 언제 끝날지 모르는 두려움 등으로 ‘코로나 우울’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지금까지 확진자와 그의 가족, 격리자, 의료진 등 업무종사자 위주로 ‘코로나 우울’ 상담 사업을 진행했지만, 향후 상황을 고려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심 부장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과 함께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문가가 심층 상담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보건복지부가 조만간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서 국가트라우마센터는 ▲규칙적인 생활 ▲올바른 지식 갖기 ▲전화나 화상통화로 소통 ▲새로운 환경 적응 ▲주변인·전문가 도움받기 등을 제안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코로나 우울’로 기분저하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개 ‘코로나 우울’은 2주 이내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어지면 병적 우울증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분의 침체와 불면증 증세가 장기화되면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심 부장은 ‘혐오’라는 감정에 주목했다. 그는 “재난 상황에 우울감뿐만 아니라 불안과 혐오의 감정도 싹트게 된다”며 “자연스레 생기는 감정이지만, 두 감정에는 차이점이 있다. 감염병 상황에 불안은 방역지침을 지키고 다른 사람과 거리를 유지하는 등 방역에 순작용이 있지만, 혐오는 그렇지 못하다”고 밝혔다.
심 부장은 확진자와 집단감염의 매개체에 대한 혐오 현상에 대해 강하게 우려했다. 그는 “방역수칙을 어긴 행위 등은 사법부에서 판단할 일”이라며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바이러스지,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이 아니다. 이들이 사회적 낙인을 받게 되면 억울함이라는 감정이 후유증으로 남는다. 낙인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일으켜 더 저항적으로 나오게 해 방역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방역은 처벌로 되는 게 아니다. 자발적인 참여와 전체의 이익을 위해 내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용인할수록 방역이 잘 지켜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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