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아진 심장판막, 교체하면 더 사는데 치료비 부담에 돌아서

닳아진 심장판막, 교체하면 더 사는데 치료비 부담에 돌아서

예비급여 5년 넘은 타비(TAVI) 시술, 치료비 부담 여전...치료 포기하는 환자도 속출

기사승인 2021-03-17 04:35:02 업데이트 2021-03-18 16:54:12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주변에 늦은 나이에 수술을 받고 깨어나지 못해 돌아가신 분들이 꽤 있습니다. 70대 어머니에 가슴을 여는 수술을 받게 한다는 게 차마 내키지 않더라고요.”

경남 통영에 거주하는 최윤성(51)씨의 말이다. 그는 얼마 전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쓰러진 78세 어머니의 치료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개흉수술을 선택하자니 혹여 어머니가 깨어나지 못할까 걱정이 되고, 스텐트를 이용한 시술은 비용 부담이 수술 대비 6배 차이 날 정도로 크다는 게 문제였다. 그는 “가슴을 열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해 반가웠지만 3000만원이 넘는 치료비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심장 내 혈류가 드나드는 관문인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생기는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6명 중 5명은 75세 이상 노인일 정도로 고령 환자가 대다수지만 수술 및 치료비의 부담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개 나이가 들수록 발생률이 늘어나는 퇴행성 질환이다. 호흡곤란, 흉통 및 실신 등의 증상으로 방치한 경우 환자 2명 중 1명은이 진단 후 2년 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행히 망가진 판막을 새것으로 갈아주면 완치가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가슴을 열어 직접 대동맥을 절개해 판막을 교체하는 외과적 수술(개흉수술)이 표준 치료로 인정되고 있다. 다만, 70대 이상 고령 환자에 가슴을 여는 개흉수술은 회복과 합병증 등 우려가 높다. 

치료법 가운데는 가슴을 열지 않고 카테터를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타비(TAVI·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 시술도 선택할 수 있다. 전신마취 없이 최소 침습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해 수술 후유증 발생률이 낮고 초고령환자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문제는 치료비 부담이다. 2015년부터 본인부담률 80%의 조건부 예비급여가 적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3000만원 가량의 치료비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온전히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개흉 수술에 비하면 6배차이다. 의료현장에서는 고령으로 수술은 어렵고 타비 시술을 선택하자니 치료비 부담이 커 결국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김원장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닳아진 판막을 스텐트 시술로 갈아주기만 하면 환자들이 적어도 10년은 더 살 수 있다. 그러나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고가의 치료비가 자식들에 부담될까 눈물을 머금고 되돌아가는 어르신들을 수도 없이 많이 본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령 환자에서 수술치료는 위험부담이 높다. 수술이 무섭다며 약을 쓰고 버티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가만두면 악화되기만 한다. 증상이 시작되고 나서는 대부분 5년 내 사망하는, 기적이 없는 병”이라고 했다. 

의료현장에서는 타비 시술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이미 세계 주요국에서는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도 충분히 거쳤다. 우리는 예비급여로 지정된 지 5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고 있다”며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위해 보장성 확대가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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