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서 중증 입원환자 거부하고 과소치료…“수가 개선해야”

요양병원서 중증 입원환자 거부하고 과소치료…“수가 개선해야”

'일당정액수가' 적용, 치료할수록 병원 손해

기사승인 2021-07-15 04:01:02 업데이트 2021-08-04 15:41:42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죽으러 오는 환자들은 잘 안 받으려고 하죠. 거부하는 병원들도 있고.”

‘일당 정액제’(진료량에 관계없이 입원환자 1명당 정해진 수가 지급)가 적용되고 있는 요양병원에서 위중‧중증 환자의 입원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요양병원들은 의료적 필요가 높은 환자에게 치료를 많이 하면 할수록 병원 경영 입장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치료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소재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보통 대형병원을 전전하다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어서 (요양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지만, 요양병원도 상태가 좋지 않거나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환자들은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이왕이면 병원에 오래 있을 사람들이 입원하길 원하기 때문에 어떤 곳은 그런 환자들의 입원을 거부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최근 발간한 ‘2020 요양병원 백서’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수가제도는 일당정액수가와 행위별수가로 나뉘어 있는데,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정부에서 1일당 정한 의료비가 지급되기 때문에 과소진료, 과소투자로 의료의 질적인 저하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요양병원의 수가제도를 보면, 환자 분류를 임상적인 상태와 서비스 요구도에 따라 분류하고, ADL(activities of daily living, 일상생활동작 에 따라 추가로 분류하고 있다. 환자분류군별로 일당정액수가가 설정되지만, 서비스의 질 유지를 위해 전문재활치료, 혈액투석 등 변이가 큰 항목에 대해서는 행위별수가를 병행하고 있다. 

협회측은 환자의 ADL 기능을 높이기 위해 치료를 열심히 하면 일당정액수가에 따라 환자에게 제공하는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병원에 손해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2020 요양병원 백서’ 내용 일부


협회는 “이 시스템은 의료적 필요가 높은 ‘의료최고도’ 환자에게 치료를 많이 하면 할수록 병원의 경영 입장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물론 의료최고도의 급여액은 신체기능저하군 보다는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중증 환자에게 들어가는 의료장비, 약제, 의료인의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결코 수가가 높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비용이 적게 드는 경증환자를 고르고, 중증 환자의 경우 비용증가로 회피하게 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한번 입원한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면 수가가 높아지는 모순을 갖게 된다”고 꼬집었다. 

적절한 치료 없이 입원만 해있어도 수가가 발생하기 때문에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요양병원의 기능은 환자의 치료보다는 요양에 맞춰져 있으며, 그마저도 치매나 뇌졸중 등 특정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고 다른 종별과 비교하면 치료 효과도 낮은 실정이다.  

게다가 요양병원은 급성기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양병원 병상은 2008년 우리나라 전체 병상 47만 2297개 중 7만 6608개로 16.2%를 차지했는데 10년 후인 2018년에는 27만 7101병상으로 전체 62만9219병상의 44%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반면 우리나라 전체 건강보험 급여액에서 요양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8.6%에 불과하다.

협회는 “적절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환자의 상태악화를 예방하고, 환자에게 더 안정된 삶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와 같이 투자를 축소해야 운영에 도움이 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수가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2018년 말 요양병원 일당정액수가를 개편하면서 중증질환에 대한 수가를 인상한 바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면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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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