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가천대 길병원이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입원 환자를 받지 않기로 한 데에 이어 종합병원인 차의과대학 분당차병원도 ‘소청과 전공의 부재로 입원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공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병원 측은 공지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다가 이후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14일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자원정보시스템(종합상황판)으로 확인한 결과 분당차병원은 “소아과 전공의 부재로 12월1일부터 내년 2월14일까지 입원이 어려울 수 있어 이송시 응급실에 사전 문의를 꼭 부탁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종합상황판은 응급환자 이송지원을 위해 119 구급대 등과 응급실 병상 현황을 실시간 반영, 공유하는 사이트다. 해당 공지 등록일자는 지난 9일 오전이다.
분당차병원은 길병원과 함께 전국 8곳 뿐인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성인 응급실과 별도로 소아 전담응급실을 운영하고 소아를 위한 연령별 의료장비를 갖추며, 소아 응급 전담의사가 상주해 진료한다. 분당차병원은 2023년도 상반기 전공의 1년차 모집 과정에서 소청과 정원이 4명이었지만 지원자는 아무도 없었다. 지난해 2022년도 상반기 모집 당시에도 소청과 지원자는 0명이었다.
병원측은 공지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분당차병원 관계자는 이날 오전 “해당 공지가 어떤 루트로 올라갔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현재는 소청과 입원, 진료가 정상적”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내년 2월14일까지 소청과 당직 의사가 비는 날은 없는지, 전공의 부족 문제가 아닌지도 수차례 질의했지만 “종합상황판 공지 부분은 답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했다.
이후 오후 1시쯤 분당차병원은 종합상황판에 “소아응급실 24시간 진료 가능하지만 소아과 전공의 부재로 입원이 어려울 수 있으니 이송시 사전 문의바란다”고 공지 내용을 변경했다. 소청과 전문의 부재 기간을 빼고, 응급실 진료가 24시간 가능하다는 내용이 새로 추가됐다. 입원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앞선 공지와 그대로였다.
지난 12일에는 길병원이 홈페이지를 통해 “소청과 의료진 부족으로 소청과 입원이 잠정 중단된다”고 알렸다. 전국의 상급종합병원 중 의료진 부족으로 소청과 입원 병동 운영을 중단한 것은 길병원이 처음이다. 길병원 역시 소청과 전공의 내년도 모집 4명 정원에서 지원자가 단 1명도 없었다. 길병원의 경우,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해서는 외래 진료와 소아응급실 운영만 당분간 유지될 예정이다.
소청과 진료 위기 경고음은 곳곳에서 나온 지 오래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24시간 소아청소년이 응급실 야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수련병원은 36%에 그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미 지난 10월24일부터 소아 환자의 응급실 야간 진료를 중단했고, 이대목동병원 역시 지난 9월1일부터 소아 환자의 응급 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적인 저수가 문제, 출산률 저하로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매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에 이어 2023년도 16.6%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른바 ‘빅5 병원’인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중에서 서울아산병원만이 정원 8명에 지원자 10명으로 간신히 경쟁률 1을 넘겼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전체 인구 중 17%의 진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사회안전망이 위협받고 있다”며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을 방지하고 진료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회는 정부가 8일 필수의료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소아청소년과의 현안을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는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적자 사후보상 △중증소아 재택치료 및 단기입원 지원 △소아암 거점병원 육성 등 중증소아 환자에 대한 진료 기반 확충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확충 △달빛어린이병원 등 지역사회 야간·응급 진료지원 강화가 담겼다.
대책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보건복지부는 전날 “소청과 전문의 부족에 대한 우려와 추가지원 필요성 등을 ‘필수의료 지원대책안’에 반영해 조속히 발표하겠다”고 알렸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