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창립 53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출신’ 수장을 맞이하며 대대적인 경영 쇄신에 나섰다. 신약 개발의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고 고질적인 경영권 분쟁 불씨를 잠재울 수 있을지 황상연 신임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 황상연 대표는 서울대 화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종근당홀딩스 대표, HB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 대표를 지냈다. 제약·바이오 산업과 자본시장 경험을 모두 쌓은 인물로 평가된다.
다만 외부 인사 영입을 두고 황 대표의 전문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지난달 12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황 신임 대표 선임안을 두고 “전문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에 황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현장 밀착 행보를 택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첫 공식 일정으로 팔탄과 평택에 위치한 생산공장과 동탄 한미약품 R&D(연구개발) 센터를 방문하며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했다. 연구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황 대표는 혁신신약 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듣고, 다양한 신약 개발 과제들의 지속가능한 개발 동력 확보를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과의 접점을 넓히며 내부 결속을 다진 황 대표가 실질적인 경영 성적표를 보여줘야 할 최우선 과제는 비만·대사질환 파이프라인의 가시적 성과 도출이다. 한미약품은 비만 치료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전사적 핵심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당장 올 하반기 국내 첫 비만치료제로 기대를 모으는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가 예정돼 있다. 또한 글로벌 빅파마 머크(MSD)에 기술 수출한 MASH(대사이상 지방간염) 치료제의 임상 2상 결과 발표도 앞두고 있다.
내부 조직 안정화도 황 대표가 풀어야 할 난제다.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으로 표면적인 갈등은 일단락된 모습이지만, 대주주 간 법적 공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가장 큰 변수는 오는 5월로 예정된 대주주 간 ‘위약벌 청구 소송’ 재판 결과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사모펀드 운용사인 라데팡스 파트너스 등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주주 간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600억원 규모의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위약벌은 계약을 위반했을 때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지급하는 일종의 벌금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 연합전선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일각에선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를 우선 과제로 꼽는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미약품이 가진 본연의 기업 역량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짚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도 “결국 거버넌스의 안정화가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