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제약‧바이오, 美 암연구학회 출격…기술수출 기대감

K제약‧바이오, 美 암연구학회 출격…기술수출 기대감

기사승인 2026-04-09 06:00:06 업데이트 2026-04-09 15:53:47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차세대 항암 기술력을 입증할 방침이다. 초기 임상과 전임상 데이터를 주로 다루는 학회 특성상, 초기 단계에서 유망한 후보물질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대규모 기술수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미국암연구학회(AACR)’가 열린다. 미국암학회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힌다. 학회는 매년 2만명 넘는 기업 관계자와 연구자가 참여해 초기 임상 결과 등을 소개한다. 

이번 학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카티(CAR-T) 치료제다. 카티세포 치료제는 환자의 체내에서 T세포를 추출해 암세포 인식 기능을 강화한 뒤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다. T세포가 혈액을 타고 다니면서 암세포를 찾아 사멸시키는 기술이다. 그간 혈액암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냈으나, 단단한 종양 조직인 ‘고형암’ 침투에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앱클론은 이번 학회에서 발표할 ‘zCAR-T’ 플랫폼을 통해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한다. 특정 암 항원과 결합하는 스위치 물질을 함께 주입해 체내 T세포가 T세포가 고형암 내부까지 정확히 찾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기술이다. 또한 앱클론은 독자적인 이중항체 플랫폼 어피맵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AM109의 최신 동물실험 데이터도 함께 공개한다.

국내 바이오사 중에서 유일하게 CTP 발표자로 선정된 HLB그룹의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는 고형암 대상 CAR-T 치료제 ‘SynKIR-110’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한다. 기존 치료제가 암세포와 싸우다 쉽게 지치는 ‘세포 탈진’ 현상을 겪었던 것과 달리, 장기간 활성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메진저 리보핵산(mRNA)과 방사성 의약품 분야에서도 유의미한 연구 성과가 공개된다. 한미약품은 암세포의 자가 사멸을 유도하는 ‘p53 mRNA’를 포함해 총 9건의 비임상 데이터를 발표한다. 종양 억제 유전자인 p53 단백질을 세포 내에서 직접 발현시켜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번 학회에서는 천연형 p53 대비 암세포 사멸 기전이 증가된 아날로그를 개발해 항암 효능을 파악하고, 항암 화학요법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기전을 보인 연구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방사성 의약품(RPT) 후보물질 ‘SKL35501’의 전임상 결과를 내놓는다. 대장암과 췌장암에서 과하게 발현되는 ‘NTSR1’을 표적해 암세포만 정밀 피폭시키는 기술이다. 도입 18개월 만에 임상 진입 단계에 들어서며 속도감을 높이고 있다. 전임상 결과 대장암 세포주 모델에서 높은 종양 선택성과 장기 체류 특성을 보였으며, 단회 투여만으로도 용량 의존적인 종양 성장 억제와 생존 연장 효과가 확인됐다.

이중 항체 ADC(항체약물접합체) 연구 성과도 발표된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결합해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약효를 보여, 전통적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세대 항암 치료제다. 이중 항체는 서로 다른 항체를 붙이는 기술로, 단일 항체보다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높다.

동아에스티는 자회사 앱티스와 함께 개발 중인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을 공개하며 고형암의 내성 극복 방안을 제시한다. 에이비엘바이오도 미국 자회사 네옥 바이오를 통해 개발 중인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ABL206, ABL209)의 임상 추진 현황을 공유할 예정이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분야에서는 리가켐 바이오사이언스가 독자적인 ADC 후보물질을 선보인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번 학회에서 자체 ADC 플랫폼 'ConjuAll' 기반 차세대 BCMA 표적 ADC 2종(LCB14-2524, LCB14-2516)의 전임상 데이터를 최초 공개한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처음으로 참가해 단독 부스를 운영한다.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이 암 연구 학회에 나선다는 것이 다소 이례적인 행보로 보인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가노이드 기반 약물 스크리닝 서비스 ‘삼성오가노이드’와 위탁개발(CDO) 서비스를 내세우며 글로벌 수주 외연 확대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AACR은 초기의 혁신적인 임상 데이터가 공유되는 자리인 만큼, 글로벌 빅파마들이 유망 파이프라인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곳”이라며 “성공적인 데이터 발표는 곧 대규모 기술이전이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이어지는 만큼, 기업가치 재평가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