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자본시장법상 공시 의무와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수준을 동시에 겨냥한 자산운용사 의결권 점검에 나선다. 자본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단순 ‘찬반 체크’ 수준에 머물러온 의결권 행사 관행을 바로잡고, 운용사의 주주권 행사 프로세스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14일 “자본시장법 제87조 등에 따라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공시 현황을 점검하고, 공모운용사를 대상으로 한 주주권 행사 프로세스 구축 여부를 추가 점검할 계획”이라며 “자산운용사가 수탁자로서 충실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는 관행을 정착시켜 자본시장 신뢰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의결권 공시, 형식 점검 넘어 운용 프로세스까지
금감원은 그간 자산운용사의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해 △자산운용사의 의결권행사 가이드라인(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 전면 개정 △의결권 행사내역 점검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 등 다각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번 점검은 이러한 조치의 연장선에서 ‘수탁자 책임 활동’의 실질 이행 여부를 본격적으로 가늠하는 첫 해라는 의미를 갖는다.
점검 대상은 지난해 4월1일부터 올해 3월31일까지 의결권 행사 내역을 한국거래소에 공시(공시기한 2026년 4월30일)한 공·사모 자산운용사 약 500여개사다. 이들 운용사가 공시한 자료를 토대로 △안건별 의결권 행사·불행사 사유 기재의 충실도 △의결권 관련 내부지침 공시 여부 △공시서식 작성 기준 준수 여부 등을 살핀다.
특히 금감원은 “펀드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적음”, “주주권리 침해 없음”, “이사선임에 결격사유 없음”과 같은 포괄적 문구만 적어 놓고 의결권을 일괄 불행사하거나 모두 찬성하는 관행을 ‘미흡 사례’로 명시했다. 반대로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행사하면서 그 근거로 운용사 자체 의결권 내규상 관련 조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경우를 ‘모범 사례’로 제시해 운용사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지난 2년간 두 차례 점검에서 총 274개 운용사의 2만8000여개 안건을 분석한 결과, 의결권 행사·불행사 사유를 형식적으로 기재한 ‘불성실 기재’ 운용사 비율이 96.7%에서 26.6%로 크게 낮아지는 등 항목 전반에서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공모운용사 77곳, 스튜어드십 ‘인프라’도 들여다본다
금감원은 공시 점검과 별도로 공모 운용사들의 주주권 행사 체계 전반도 따로 점검한다. 올 3월말 기준 공모운용사 77곳이 대상이다. 주식이 아닌 대체투자 위주로 운용해 의결권 공시 실익이 낮은 운용사와 일반투자자에 대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사모운용사는 이번 점검에서 제외했다.
점검 항목은 △의결권 행사 기준과 세부 지침, 내부 의사결정 절차 등 주주권 행사 프로세스 구축 여부 △수탁자 책임 활동 전담 조직·인력 등 체계 마련 여부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이해상충 관리 여부 등이다. 단순한 가이드라인 보유 여부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절차와 조직을 통해 의결권이 행사되는지, 이해상충 요인을 어떻게 차단하는지까지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 결과를 토대로 6월 말 우수·미흡 운용사 등 주요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어 7월 중 운용사 간담회를 열어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미흡사례에 대해선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