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야 합의로 도입된 지역의사제가 2027년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구체적 설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현장에서는 지역의사제 법안만 통과됐을 뿐 배치 기준과 교육 체계, 재정 지원 등 준비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의 답은 현장에 있다: 지역의료의 위기와 지역의사제’ 공동기획세미나에서는 지역의사제를 둘러싼 우려가 집중 제기됐다. 지역의사제는 비수도권 의과대학에서 지역의사를 선발해 10년간 지정 지역에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로, 2027학년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가장 기초적인 ‘배치’ 문제부터 도마에 올랐다. 어느 지역에 어떤 전문의가 필요한지 파악이 안 돼 있고, 어느 정도로 배치해야할 것인지 기준 정립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계현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역의사양성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며 밝힌 지역의사 선발지역에 일반병상 과잉 지역이 포함되는 등 정책 계획이 엇박자가 나기도 했다”며 “5년 내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10곳이 개설된다는데, 지역의사 배치 기준은 이 같은 상황 변화를 고려해 세심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혁 한국정책학회 지역부회장도 “지역의사제에서 ‘지역’ 개념을 단순한 행정구역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진료권역에 따라 어떻게 설정할지 ‘지역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말을 보탰다.
특히 지역의사 교육 준비가 미비하다는 우려가 컸다. 지역의사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지역의료 교육이 현장 교수진에 전가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준호 한국자치행정학회 회장은 “의대 교육 현장은 증원과 의대생 휴학·복학 여파로 24·25학번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고 가르칠 학생이 2배, 3배로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대학은 기존의 부담조차 회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이 추진되니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도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모든 교수들이 ‘의료교육 재난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전까지 의협은 지역의사제 반대를 표명해 왔지만, 입법이 된 이상 지역의사제가 실효성을 갖출 수 있도록 잘 정착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현재 지역의사제는 제도 보완이 시급한 상황인데 구체적 후속 사안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재정 지원 방안 역시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철희 의협 기획이사는 “지역의사제를 시행하는 데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과 관련한 관계 설정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 부분도 아직 명확히 설정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지역의사들이 지역에 머무르게 하려면 지역·정책 수가를 지원해줘야 하는데 재정 소모가 큰 비효율적 시스템”이라고 짚었다. 환자가 적고 수련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의료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지역의사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공공병원을 만들 수는 있어도 원활한 운영을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와 같은 원리”라며 “정책으로 묶어두는 것은 비용이 지속 불가능하니, 지역의료전달체계부터 손봐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환자가 질환 경중에 따라 거주 지역 내에서 의원·병원·상급종합병원 기능에 맞게 이용할 수 있도록 체계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방영식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세계보건기구, OECD 자료를 보면 지역의사 부족 문제는 완벽한 해결책을 찾지 못 하는 모든 나라의 숙제로 남았다”며 “제도를 실질적으로 정착시키고 만들어나가는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택우 의협 회장은 “지역의사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실효성 있게 추진하려면 교육부, 복지부, 의료계가 함께 원탁회의를 이어나갈 수 있는 거버넌스를 지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역의사제 정착을 위해서는 단순 인력 배치를 넘어 교육·재정·의료전달체계 전반을 논의하고 정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