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의료 발목 잡는 사법리스크…‘뉴노멀’ 준비하는 의료계

소아의료 발목 잡는 사법리스크…‘뉴노멀’ 준비하는 의료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두고 갑론을박
“법 시행 전까지 의료계·정치권 의견 나눠야”

기사승인 2026-06-11 16:12:08
소아 진료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소아 진료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처벌 부담이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의료사고 특례를 담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내년 5월 시행된다. 의료계는 제도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일부 중과실 규정과 설명의무 조항을 둘러싼 우려를 제기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11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정책포럼을 열고 소아의료의 법·제도적 과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송한섭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소아 의료에서의 법적인 논쟁, 새로운 뉴노멀을 찾아서’를 주제로 강연했다.

송 변호사는 소아의료 위기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의료사고에 따른 형사처벌 부담을 꼽았다.

송한섭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가 11일 소아청소년과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찬종 기자
송한섭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가 11일 소아청소년과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찬종 기자
그는 현행 의료사고 처벌 체계가 수십 년 전 만들어진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행위는 환자를 치료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고도의 전문적 행위임에도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의료진이 구속 수사를 받은 사건들은 의료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남겼다. 성남 횡격막탈장 사건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은 의료계에 큰 충격을 남긴 사례로 거론된다. 성남 횡격막탈장 사건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는 의료진이 구속 수사를 받은 뒤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의료계에서는 이들 사건이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심화시킨 계기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송 변호사는 “필수의료 위기의 원인을 모두 의료사고 문제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영향을 준 점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 마련된 법안이 내년 5월 시행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고위험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에 대해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역시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중과실이 없고 책임보험에 가입했으며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손해를 전액 배상한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송 변호사는 이를 두고 “의료 분야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유사한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이라며 ”게임의 룰을 지키고 선을 넘지 않으면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개정안에 포함된 일부 중과실 규정을 두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정안은 동의 없는 수술·수혈·전신마취, 체내 이물질 잔류, 잘못된 혈액 수혈 등을 12대 중과실로 규정했다. 여기에 진단·모니터링·처치·전원 의무 미이행, 전공의 지도·감독 의무 위반, 진료지침에서 현저히 벗어난 의료행위 등도 포함됐다.

송 변호사는 “특히 진단·모니터링·처치·전원 의무 미이행의 경우 해석 범위가 넓다"며 ”운영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명의무 규정 역시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사고 직후에는 보호자와 의료진 모두 예민한 상태인 만큼 설명 과정 자체가 또 다른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송 변호사는 “설명의무를 비롯한 여러 조항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제도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학회와 의료계가 시행령 제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의료진 교육과 준비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 발표를 들은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 자체보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실제 운영 체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 과정에서 의료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의료사고 관련 제도는 법 하나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는다"며 ”시행령과 시행규칙, 지침,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법은 의료사고 문제를 검찰·경찰·법원의 손에서 전문가들에게 넘겨주는 법"이라며 ”시행령과 지침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료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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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