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의 지난 2019년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오래된 논쟁 사안이었다. 하지만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던 중 최근 정부 인사들이 연이어 미프진 도입 필요성과 추진 의지를 밝히며 나서 눈길을 끌었다.
올해 초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OECD 국가 중 인공임신중지 약물이 허가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지적했고,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에 직을 걸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 인사들이 잇따라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 의지를 밝히면서 관련 제도 정비 논의도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미프진 도입 추진을 공약한 만큼 정부가 후속 제도 정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허가와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임신중지 제도를 규정할 모자보건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형법상 낙태죄 조항은 효력을 잃었지만 임신중지 허용 기준과 절차, 상담 체계 등을 규정할 법적 근거는 여전히 공백 상태다. 이 때문에 미프진 도입 논의도 결국 모자보건법 개정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논쟁 끝에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현 22대 국회에서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지만 아직 상임위 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모자보건법 개정안 처리 이전에 인공임신중지 약물을 먼저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불법 유통을 통한 약물 구매를 줄이고 안전한 의료 체계 안에서 임신중지 약물 사용을 관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의약품 허가 부서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모자보건법 개정 이전까지 허가 심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인공임신중지 약물의 특성을 고려하면 임신중지 허용 범위와 절차 등을 규정한 제도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의 핵심 변수는 국회의 모자보건법 개정 논의와 정부의 부처 간 조율이 될 전망이다.
국회에서는 모자보건법 개정 논의와 관련해 복지부가 올해 초 약속한 부처 간 이견 조율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3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진행된 모자보건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낙태죄 관련 부처인 법무부와 기타 부서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 안으로 부처 간 이견 조율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회 관계자는 “지난 3월 열린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복지부가 상반기 중으로 정부 부처간 이견 조율을 하겠다고 약속했었다”며 “아직 상반기가 조금 남았기 때문에 조속히 복지부가 움직여서 모자보건법 논의를 진전시키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