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이야기] ‘시간이 곧 뇌’ 뇌졸중 치료의 발전과 골든타임

[의료진 이야기] ‘시간이 곧 뇌’ 뇌졸중 치료의 발전과 골든타임

조현준 원자력병원 뇌혈관센터장

기사승인 2026-06-25 06:00:09
조현준 원자력병원 뇌혈관센터장. 원자력병원 제공
조현준 원자력병원 뇌혈관센터장. 원자력병원 제공
뇌졸중은 우리나라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이자 성인 장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질환이다. 많은 사람들이 뇌졸중을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무서운 병으로 인식하지만, 최근 치료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특히 막힌 혈관을 신속하게 재개통해 손상되기 직전의 뇌 조직을 살리는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환자들의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현준 원자력병원 뇌혈관센터장이 진료한 60대 환자의 사례가 그 변화를 잘 보여준다. 해당 환자는 집에서 TV를 보던 중 갑자기 오른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을 겪었다. 검사 결과 뇌의 굵은 혈관인 좌측 중대뇌동맥이 혈전에 의해 막힌 급성 허혈성 뇌졸중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가족이 즉시 119에 신고했고 환자는 증상 발생 후 1시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의료진은 신속하게 뇌 영상 검사를 시행한 뒤 혈전제거술을 진행했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만 해도 전신 마비로 움직일 수 없었던 환자는 시술 다음 날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으며, 일주일 뒤에는 별다른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걸어서 퇴원했다.

조 센터장은 “이 환자는 증상 발생 직후 병원을 찾고 적절한 치료를 받은 덕분에 좋은 예후를 얻을 수 있었다”며 “뇌졸중 치료에서 골든타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한다. 과거엔 이러한 결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았다. 10~20년 전만 해도 뇌졸중 치료는 뇌부종을 줄이고 추가 손상을 예방하는 보존적 치료와 재활 치료가 중심이었다. 이미 손상된 뇌 기능을 회복시키기보다는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뇌졸중 치료는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졌다. 막힌 혈관을 직접 뚫어 죽어가던 뇌 조직을 되살리는 적극적 치료가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응급실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과거에는 환자 상태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했다면, 현재는 뇌졸중 의심 환자가 발생하는 순간부터 초응급 대응 체계가 가동된다. 응급실 도착 직후 CT나 MRI 검사와 함께 혈전용해술, 혈전제거술이 신속하게 이뤄진다.

특히 기계적 혈전제거술의 도입은 뇌졸중 치료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과거에는 큰 뇌혈관이 막힌 경우 약물 치료만으로 혈관을 다시 열 수 있는 비율이 높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카테터를 이용해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치료가 널리 시행되고 있다. 치료법의 발전으로 중증 뇌졸중 환자들은 독립적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다만 아무리 치료 기술이 발전했더라도 중요한 것은 여전히 시간이다. 의료진은 뇌졸중 치료의 원칙을 ‘시간이 곧 뇌(Time is Brain)’라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뇌혈류가 차단되면 뇌 신경세포는 분 단위로 손상되기 시작한다. 증상 발생 후 빠르게 치료받을수록 회복 가능성은 높아지고 후유장애는 줄어든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예전처럼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나’, ‘재발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등이다. 급성기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회복의 완성은 재활 치료와 꾸준한 관리에 달려 있다. 또한 뇌졸중을 한 번 경험한 환자는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방세동과 같은 위험인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원자력병원 뇌혈관센터에서도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뿐 아니라 위험인자를 가진 일반 환자들이 정기적으로 뇌혈관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 받을 수 있도록 외래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소량의 음주가 건강에 도움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뇌혈관 건강을 위해 금주가 권고되고 있다. 금연은 물론이고 나트륨 섭취를 줄인 식단과 규칙적 유산소 운동을 통해 혈관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 가족력 등 위험 요인을 가진 경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의료진 상담 후 뇌혈관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뇌졸중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손쓸 수 없는 질환은 아니다. 한쪽 얼굴이 처지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평소 위험 요인을 관리하고, 증상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 그것이 뇌졸중으로부터 뇌와 일상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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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