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도 의원급 수가협상이 결렬된 이후 개원가의 불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내세우면서도 의원급 수가는 사실상 동결 수준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필수의료 지원 재원 역시 정부의 추가 투자보다 기존 수가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마련하면서 개원의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27일 대한개원의협의회 제39차 정기 평의원총회에서 잇달아 정부의 수가 정책과 건강보험 재정 운영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수가협상에서 의원급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의원급 환산지수를 1.6%로 결정했지만 의료계는 물가 상승과 인건비 증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동결 수준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협상단장을 맡았던 박근태 회장은 먼저 회원들에게 사과했다.
박 회장은 “밤낮으로 진료실을 지키는 회원 여러분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협상 결과를 보여드린 점 단장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 상승률과 인건비 급등 속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협상에 임했지만 정부와 건보공단이 제시한 수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었다”며 “결국 협상 결렬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정부 정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와 1차의료를 살리겠다고 말하면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의원급 수가 인상률은 고작 1.6%를 제시했다"며 "이는 동결과 다름없는 수준의 족쇄를 채운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 운용 방식에도 날을 세웠다.
박 회장은 “필수의료에는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한방 난임사업은 물론 탈모치료 급여화 같은 정책에는 수천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며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진료의 가치는 외면한 채 포퓰리즘 정책에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도 축사를 통해 저수가 구조를 근본적인 문제로 지목했다.

정부는 최근 3조6000억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지원 및 수가 구조 혁신 방안을 발표했지만, 상당 부분이 정부의 신규 재정이 아니라 검체검사와 영상검사 수가 조정 등을 통해 마련된 재원이라는 지적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김 회장은 “정부는 3조6000억원 규모의 수가 구조 혁신안이라고 발표했지만, 그 중 2조6000억원은 기존 수가를 깎아 마련한 재원”이라며 “정부가 법으로 정한 건강보험 국고지원부터 제대로 투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가협상 과정 역시 문제 삼았다.
김 회장은 “올해는 전체 수가협상 밴드가 지난해보다 2000억원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의원급 인상률이 1.6%로 제시됐다”며 “협상단장에게 2% 이하라면 결렬하고 나오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1.6%는 초진 진찰료 약 300원, 재진 진찰료 약 200원 인상에 불과하다”며 “이 정도를 올려놓고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결정 방식도 비판했다.
김 회장은 “협상이 결렬된 뒤에는 의원급 인상률을 1.5%로 하겠다고 했다가 반대하자 1.6%로 조정했다”며 “그마저도 일부는 환산지수를 쪼개 필수의료에 활용하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 재정은 추가로 투입하지 않은 채 기존 의원급 수가를 재배분해 필수의료를 지원하겠다는 방식”이라며 “정부 돈은 쓰지 않으면서 의료기관의 몫을 돌려쓰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저수가 문제뿐 아니라 관리급여 도입과 검체검사 수가 개편 등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도 개원가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 회장은 오는 7월 시행되는 관리급여 제도와 검체검사 수가 개편 등을 언급하며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규제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회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도 “관리급여와 비급여 통제 정책은 결국 1차의료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가 함께 잘못된 제도와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저수가 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채 규제와 통제 정책만 확대하면 의원급 경영난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회장은 “1차의료를 담당하는 개원의가 흔들리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며 “회원들이 진료에만 전념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협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