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동안 뇌 청소 과정 집에서 본다…웨어러블 기기 개발

잠자는 동안 뇌 청소 과정 집에서 본다…웨어러블 기기 개발

기사승인 2026-07-09 10:30:37
연구팀이 개발한 무선 근적외선 웨어러블 기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무선 근적외선 웨어러블 기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제공
잠을 자는 동안 뇌 속에서 이뤄지는 노폐물 제거 과정을 집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술이 개발됐다.

윤창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공동 교신저자 여운홍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 교수)은 수면 중 뇌의 회복·정리 과정과 관련된 뇌 수분 변화를 자연스러운 수면 환경에서 연속 측정할 수 있는 무선 웨어러블 장비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수면 중에는 뇌척수액이 뇌 조직 사이를 순환하며 아밀로이드 베타 등 노폐물을 제거하는 ‘아교림프계(glymphatic system)’가 활발하게 작동한다. 이 과정은 깊은 수면 단계에서 더욱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능이 저하되면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계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그동안 이러한 뇌 청소 과정과 관련된 뇌 수분 변화는 자기공명영상(MRI)으로만 관찰이 가능했다. 하지만 MRI는 검사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실제 수면 환경에서 반복 측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마에 부착하는 부드러운 무선 근적외선분광(NIRS) 웨어러블 장비를 개발했다. 장비는 피부에 밀착되는 유연한 회로와 세 가지 파장의 LED, 광검출기를 이용해 뇌 조직의 수분과 혈류 변화를 측정하고, 측정 데이터를 무선으로 전송하도록 설계됐다. 덕분에 수면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집에서도 밤새 연속 측정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4명을 대상으로 가정에서 총 16차례 야간 측정을 실시하고, 뇌파와 안구운동 검사를 함께 진행해 수면 단계별 뇌 수분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깨어 있는 상태나 렘(REM)수면에서 깊은 잠인 비렘(NREM)수면으로 전환될 때는 뇌 수분 신호가 증가했고, 반대로 비렘수면에서 렘수면으로 바뀔 때는 감소하는 일정한 패턴이 확인됐다. 이러한 변화는 뇌파를 통해 확인한 수면 단계 전환 시점과 거의 동시에 나타나 웨어러블 장비가 실제 뇌 변화를 안정적으로 포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 장비는 뇌 수분 변화뿐 아니라 호흡과 심장박동, 느린 뇌파 등 수면 중 나타나는 생리적 리듬도 함께 측정했다. 비렘수면에서는 호흡과 심박이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렘수면에서는 보다 불규칙한 양상이 관찰돼 기존에 알려진 생리학적 특성과도 일치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표준 검사와의 비교 검증을 거치면 수면장애와 노화, 인지기능 저하 연구는 물론 아교림프계 기능을 평가하는 새로운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정상인과 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데이터 구축과 아교림프계 지표 고도화, 수면무호흡증 치료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효과를 평가하는 후속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윤창호 교수는 “아교림프계 활동을 자연스러운 수면 환경에서 관찰할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하는 것은 신경계 질환 연구의 오랜 과제였다”며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수면장애와 노화, 인지저하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관찰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