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허가 먼저’ 가능할까…다시 불붙은 미프진 논쟁

‘법보다 허가 먼저’ 가능할까…다시 불붙은 미프진 논쟁

이 대통령 “법 밖에 여성 방치하면 국민 위험에 빠져”
식약처 허가 원칙 변화 여부 주목

기사승인 2026-07-16 06:00:08
쿠키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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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프진 허가를 둘러싼 논쟁의 초점이 ‘허가 여부’에서 ‘허가 시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법 개정 이전이라도 허가를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그동안 유지해 온 ‘모자보건법 정비 후 허가’ 원칙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미프진 불법 유통 문제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낙태죄, 낙태 허용 범위 논쟁이 안 끝나 이걸 허용하지 않다 보니 현실적으로 약이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로 복용해 사고가 난다”며 “방치하는 건 옳지 않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국무회의에서 모자보건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현실적으로 필요한 여성들은 구매·투약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해외는 다 허용하고 있다”며 “법 밖에 (여성들을) 방치하며 정부는 책임을 모면하겠지만 국민은 위험에 빠진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의 SNS 게시물. 박용진 부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의 SNS 게시물. 박용진 부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도 SNS를 통해 미프진 허가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이로 인해 국회에 계류 중인 모자보건법 개정에 앞서 미프진 허가가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대통령 발언 이후 관심은 식약처가 기존 허가 원칙을 재검토할지에 쏠리고 있다. 그동안 식약처는 모자보건법 개정이 먼저 마무리돼야만 현재 진행 중인 미프진 허가 심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식약처가 모자보건법 개정을 허가의 선결 조건으로 본 이유는 임신중지 허용 범위와 임신 주수 등이 법률로 정해져야 효능·효과와 용법·용량, 위해성관리계획(RMP) 등 허가사항을 설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현대약품이 신청한 미프진 품목허가도 장기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허가를 찬성하는 측은 미프진 허가와 모자보건법 개정은 별개의 절차라고 봤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관련 법 개정 여부는 허가의 선행 조건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관계자는 “미프진은 신약이 아니라 이미 여러 국가에서 오랜 기간 허가·사용된 의약품”이라며 “식약처는 모자보건법이 아닌 약사법에 따라 다른 의약품과 동일한 절차로 허가 심사를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오남용이 우려된다면 허가 과정에서 다른 전문약처럼 ‘전문의의 관리·감독 하에 복용한다’와 같은 문구를 넣으면 된다”며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를 위헌으로 판단한 상황에서 의료진의 사법리스크 또한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부인과 의사들은 미프진을 다른 의약품과 같은 기준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모자보건법 개정 등 제도적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통해 임신중지 허용 기준이 법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가부터 추진하면 처방 가능 주수와 의료진 책임을 모두 현장에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도 명확한 법적 기준 없이 의사 재량만 인정할 경우 의료사고와 의료분쟁 발생 시 책임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며 허가를 서둘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마련해야 할 제도적 안전장치를 의료진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처럼 미프진 허가를 두고 식약처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전문가들을 모아 공론장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2021년 9월에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현대약품의 미프진 허가 심사와 관련해 논의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업계 관계자는 “미프진이라는 약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식약처가 어느 한쪽 의견만 듣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법 개정 이전 허가를 검토한다면 식약처가 마련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무엇인지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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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