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박두철 원장(류비뇨기과)
[쿠키 건강칼럼] 전립선 불편이 시작되는 시기인 40~50대 중년 남성들이 모이면 ‘화장실’ 문제가 화제로 떠오른다. 청년기에 비해 자주 소변이 마렵고 소변 줄기가 힘이 없고 가늘게 나오는 등 눈에 띄게 느껴지는 소변 이상 증상은 중년 남성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 중 하나다.
실제 나이가 들면서 많은 남성들이 경험하는 ‘빈뇨’, ‘잔뇨’ 등의 배뇨 장애 증상은 중?장년층 남성의 대표적인 질환인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문제다. 일반적으로 60대의 60~70%, 70대 이상의 거의 모든 남성에게서 발생할 정도로 흔해 중년 남성이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질환이다.
사실 배뇨 장애는 많은 남성 환자들이 불편감을 느끼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내버려두면 오히려 더 큰 병을 키울 수 있다. 때문에 초기 증상을 자세히 파악하여 신속한 치료를 받는 것이 예후를 위해 중요하다.
전립선비대증은 소변을 배출하는 통로인 요도를 둘러싼 전립선이 노화로 인해 비대해지면서 요도를 압박하여 일어나는 다양한 배뇨 장애 증상을 말한다. 하루 평균 4~5회 정도였던 소변 횟수가 8~10회까지 약 2배 이상 증가하는 ‘빈뇨’ 증상이 대표적인데, 그 외에도 소변이 갑자기 마렵거나 참을 수 없는 ‘절박뇨’, 아랫배에 힘을 주어야 소변이 나오는 ‘복압배뇨’, 소변을 본 뒤에도 찜찜한 느낌이 계속되는 ‘잔뇨감’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이처럼 전립선비대증은 주 증상이 소변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보니, 평소의 배뇨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면 조기 치료가 가능하다. 초기 증상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확한 비뇨기과 검진이 중요하지만, 간혹 증상을 외부에 드러내는 것을 꺼려 병원을 찾기 어려운 환자는 전립선 자가진단법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전립선비대증은 매일 보는 소변을 통해 환자가 자각할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에 국제전립선증상점수표(IPSS)의 항목에 맞춰 체크해보고 이상이 있는 경우 비뇨기과를 방문해야 한다. 대표적인 항목은 소변 전 후 느낌, 소변 횟수나 간격 등의 이상 체크이다.
▲배뇨 후 시원치 않은 느낌이 자주 있었는가? ▲2시간 이내 다시 소변보는 일이 잦은가? ▲소변줄기가 끊어진 경우가 많은가? ▲소변을 참기 어려운 순간이 많은가? ▲소변줄기가 약하다고 얼마나 자주 느꼈는가? ▲소변이 금방 나오지 않아 힘을 주는 경우가 잦은가? ▲하룻밤 동안 자다가 일어나서 소변을 보는 경우가 몇 번인가? 등의 항목에 대해 최근 한달 간 문제가 ‘전혀 없음’을 0점, 증상 정도에 따라 1점씩 늘리고 최고점인 '거의 항상'을 5점으로 산정한다. 총합이 8~19점 이상이면 중증도 이상이며 비뇨기과 방문을 권장한다.
평소와 다른 소변 증상이 나타날 때 가능한 빨리 비뇨기과를 가는 것이 좋다. 조기에 진단되어야 요로감염, 요폐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 발생을 막고, 비교적 간단한 치료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 시기가 늦어져 병이 진행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하고 수술 후에도 방광기능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러 만성적으로 소변을 보지 못하게 될 수 있어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에는 수술 없이 먹는 약을 하루 한 알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실제 미국국립보건원 임상시험에 따르면 남성호르몬을 조절해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주는 약 복용 후 수술 필요성이 64%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치료, 관리도 중요하다. 전립선비대증은 점진적으로 전립선의 크기가 비대해지는 진행성 질환이므로 이를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만성적인 질환으로 이해하고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 현재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약물 치료를 시작한 환자라면 중도에 약물 복용을 임의 중단하는 일이 없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판단해 임의로 약물을 끊으면 증상이 재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를 피하고, 평소 규칙적인 배뇨습관과 운동, 식이조절 등의 생활습관을 함께 개선하는 것도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