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다시금 공약으로 내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법정 최고금리를 10%대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서민금융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지만 오히려 제도권 내 저신용자 대상 대출 공급을 줄여 불법사금융으로 내몬다는 지적도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조기대선에도 최고금리 인하 의제가 등장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이 후보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2022년 대선에서는 1호 공약으로 제시했고, 지난해 12월에는 “16%에 달하는 소액 생계비 대출 금리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신적 능력을 갖춘 상황”이라며 서민금융 금리 인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바 있다.
현재 법률상 미등록 대부업자 등 일반인은 이자제한법에 따라 연 25%를, 등록대부업자·여신금융기관은 대부업법에 따라 연 27.9%를 초과해 이자를 받을 수 없다. 구체적인 최고이자율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규정돼 있으므로 실제 적용되는 최고금리는 연 20%다. 2021년 7월 문재인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한 이후 지금까지 같은 수준의 최고금리가 유지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취지는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 경감이다. 지난해 7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고금리를 15%로 낮추는 ‘이자제한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서 의원은 “고금리로 인해 개인 파산 및 자살 증가 등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서민들이 자립할 수 없을 정도의 고금리에 허덕이게 돼 경제적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개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본 개정안의 심사를 맡은 정무위원회는 최고금리를 낮출 경우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공급이 경색돼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저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는 높은 연체 리스크를 높은 이자로 메우는 구조다.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면 연체 리스크를 감당할 만큼의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꺼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한 후 저축은행 업계는 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높였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의 대출 취급 비중은 신용점수 701~800점대의 비교적 고신용자에 몰려 있다. 600점 미만의 저신용자 평균 대출 취급 비중은 0.04% 수준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제1금융권과 달리 제2금융권은 대출에 언제나 연체를 고려해야 하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용이 좋은 사람을 대상으로 대출을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위험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마진폭이 필요한데 최고금리 인하로 운신의 폭이 좁아져서 업권 전반이 어렵다”고 말했다.
제도권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는 대부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낮아진 최고금리로 인해 대출 규모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2018년 11조8000억원이었던 대부업 신용대출 규모는 2023년 4조7000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20%로 최저금리가 떨어졌을 때는 담보 대출 취급 비중을 늘리며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는데 15%까지 인하되면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며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에서 차입을 받는 대부업은 조달 비용이 높아 금리가 낮으면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부업에서도 대출을 거절 당한 저신용자들은 결국 불법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피해상담·신고 건수는 2022년 1만350건에서 2023년 1만2884건으로 1년 만에 24.5%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조정이 아닌 정책금융 확대를 통해 서민금융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100~200만원 수준의 소액 생계비 대출이지만, 소득이 불규칙해 상환 시점을 명확히 정하기 어려운 만큼 기일이 정해진 제도권 대출은 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정부 지원을 통해 90일 안팎의 짧은 기간 동안 숨을 돌릴 수 있는 무이자·무보증 소액 대출을 늘리는 게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바람직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