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금리 안 내린 파월에 ‘해고’ 으름장

트럼프, 금리 안 내린 파월에 ‘해고’ 으름장

기사승인 2025-04-18 21:29:5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독립기구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압박에 나섰다. 금리 인하에 미온적인 제롬 파월 의장을 정면 비판하며, 사임까지 거론했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관련 질문을 하자 “내가 (사임을) 요구하면 그는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으로 파월 의장이) 정치적 장난을 치고 있다”며 “내가 그를 쫓아내고 싶다면 정말 순식간에 사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 이사(임기 14년) 가운데 1명이 겸임하는 연준 의장은 대통령이 지명하며, 임기는 4년이다. 파월 의장은 2018년 취임해 2022년 연임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5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중앙은행 수장에게 불만 표명 수준을 넘어 사퇴 압박성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파월 의장이 전날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비판한 직후 나왔다. 파월 의장은 전날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발표한 관세 인상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충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관세 문제가 안정적인 물가 유지와 건강한 고용이라는 중앙은행의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해임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개월간 파월 의장을 내쫓고 후임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의장으로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보도했다. 다만 워시 전 이사는 파월 의장이 임기를 마쳐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하려는 시도에 대해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은 없다”며 “이는 법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미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한 사례는 없다. 연방준비법에 따르면 연준 이사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해임이 가능하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한다면, 행정부가 ‘정책 견해 차이’를 이유로 중앙은행 수장을 내쫓는 초유의 사태가 되는 셈이다.

이는 연준이 지켜온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선례로 남을 수 있다. 법적 다툼으로 비화할 경우, 파월 의장의 후임자 역시 정치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