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안철수, 오늘은 ‘미래단일화’

이준석·안철수, 오늘은 ‘미래단일화’

판교역 광장서 ‘미래를 여는 단비토크’ 대담

기사승인 2025-04-25 18:13:10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25일 오후 판교역 광장에서 대담 전 서로를 안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금종 기자 

AI(인공지능) 기술패권을 위한 국가 방향성을 논하는 자리에 ‘이공계 대통령’을 자부하는 두 후보가 마주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 최근 국민의힘 경선 4강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안철수 후보다. 이 후보와 안 후보는 25일 오후 신분당선 판교역 광장에서 ‘미래를 여는 단비토크’를 주제로 대화했다. 6·3 조기대선이 40일도 남지 않았고 하물며 경쟁 관계인 두 후보가 마주할 일은 표심 목적이 아니고선 드물다. 이날 회동에 정쟁은 없었다. 국가가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유익한 자리였다. 청중도 특정 후보를 위한 연호나 박수를 삼갔다. 

AI·반도체·리더십 주제로 진솔 대화

대담은 AI·반도체·리더십 등 3가지 파트와 세부 주제들로 진행됐다. 한국형 AI 필요성에 관해 안 후보는 “각 국가마다 사용하는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며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 후보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국가마다 튜닝이 필요해서 특화한 모델을 만들어야한다”고 답했다. 이어 “대한민국 대표 모델 육성도 오픈소스 라이선스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AI 학습데이터에 대해선 이 후보는 “데이터를 어디까지 열어줄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국은 전자정부를 운영하며 행정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걸 학습하는 걸 막연히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 침해 이슈를 거론하는데 이건 또 다른 고유 영역”이라며 “빨리 진행해야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승정원일기’ 등 아직 번역되지 못한 고대 문헌을 이용한 콘텐츠 확보와, 이를 활용한 AI 경쟁력 확보 가능성을 언급했다. 

안 후보는 또 AI 윤리에 관해선 국회를 통과한 AI 기본법을 언급하며 “반년 내지는 1년 마다 살피고 나라 형편에 맞게 업그레이드 하는 게 현실에 맞고, AI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길”이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이 후보는 책임에 관한 열린 논의를 언급했다. 가령 자율주행차량이 낸 사고를 알고리즘 개발자가 져야 한다면 산업은 발전하지 않고 쇠퇴할 수 있다는 것. 이 후보는 그러면서 “윤리 면에선 너무 엄격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느슨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을 전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선 정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선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는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업계 지원과 인재 육성을 언급했다. 또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커질 걸 감안한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을 당부했다. 

안 후보는 선택과 집중을 하자고 제안했다. 대만 TSMC가 파운드리 세계 정상을 차지하는 이유가 한 분야만 집중하듯이 국내 반도체 대기업도 잘하는 분야에 더 집중하는 게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관세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선 메모리, 조선 등 한국이 미국에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거래하자고 제안했다. 

이 후보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관세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략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 이 후보는 “자국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각인시킬 상품이 있어야한다”며 “막연하지만 기술과 과학이 유일한 답”이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대통령이 미래 산업 전략가가 돼야한다’는 점에 대해선 이 후보는 과거 국민의힘 대표 시절 많은 제안과 유혹이 있었던 때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당선자가 아니더라도 주요 의사결정자는 무엇 하나에 꽂혀선 곤란하다”며 “업계는 변화무쌍하므로 경청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의사결정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산업에 대한 이해, 센스가 중요해진 시기”라며 “당 대표일 때만해도 유혹이 많았고 대한민국 이끄는 사람이면 더 심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안 후보는 “세상에서 중요한 패러다임은 미국, 중국과의 과학기술 패권경쟁이다. 과학기술 패권을 지닌 나라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론 과거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이 필요하다. 미래를 보는 사람은 과학기술자와 사업가”라며 “과학기술자나 사업가가 이런 부분에 일을 많이 하셔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또 “대한민국은 현재 위기”라며 “정권교체, 정권유지 이런 거 다 소용없고 어떻게 하면 나라를 살릴 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보다 추락할 수 없다”며 “나라를 살리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겠다. 함께 마음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전 세계 어디서나 사업하려는 사람들의 동력은 떼돈 벌자일 것”이라며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비슷한 꿈을 가진 분들이 정치나 관료주의에 좌절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민국 어느 관료나 정치인도 판교테크노밸리 창의력을 뛰어넘지 못한다. 오히려 억제 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교육을 바꾸고 규제를 덜 때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며 “그 길을 가는 동안 안 후보와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은 모든 걸 내려놓고 힘을 합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10년 앙금, 진한 포옹으로 풀어

대담을 누가 제안했는지가 관심을 모았다. 두 후보에겐 공통분모가 있다. 엘리트 코스가 아닌 바깥 테두리에서 정치를 시작한 ‘아웃사이더’다. 출신도 공학도와 의사·IT벤처 기업인으로 비슷하다. 때문에 과학기술 중심적 사고방식과 정책에 관심이 많다. 동시에 정치권에서 잘 알려진 앙숙관계이기도 하다. 두 후보는 선거 때마다 갈등을 겪었다. 지난 20대 총선 땐 서울 노원 병을 두고 경쟁했다. 이 후보가 몸 담은 바른정당과 안 후보의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으로 합당하면서 관계는 더 틀어졌다. 10년 묵은 앙금은 이날 진한 포옹으로 풀었다. 대담 전 사회자가 주선해서 한 번, 대담이 모두 끝나고선 두 후보가 직접 얼싸 안았다. 

대담 형태도 눈길을 끌었다. 대담이 열린 시각은 점심시간이 막 지난 오후 2시였다. 판교역 광장을 오가는 시민과 직장인, 행인들의 오후 나른함을 깨우기 좋았다. 대담이 있기 전부터 지지자들이 모여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후보들도 정장이 아닌 니트와 운동화 차림으로 등장해 친밀감을 드러냈다. 햇볕이 다소 뜨겁고 기온이 오르며 더위를 느낄 법도 한데 청중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고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한편 이 의원은 대담 후 취재진과 만나 안 후보와의 정치적 단일화엔 선을 그었다. 다만 “(안 후보와) 미래비전 단일화는 이뤘다”며 재치 있게 답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송금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