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vs한수원’ UAE 원전 추가공사비 집안싸움…결국 국제 분쟁으로

‘한전vs한수원’ UAE 원전 추가공사비 집안싸움…결국 국제 분쟁으로

기사승인 2025-05-07 17:11:08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왼쪽)과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연합뉴스 

한국의 첫 해외 수주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1조원대 추가 공사비 부담 문제를 놓고 한국전력과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 간 갈등이 결국 국제 분쟁으로 비화했다.

7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날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한전을 상대로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추가 공사 대금을 정산해 달라는 중재 신청을 제기했다. 

앞서 한전 측과 협상을 진행해 온 한수원은 협상 결렬 시 결과적으로 국제 중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는데,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총 4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지난 2009년 처음 해외에서 수주한 원전이다. 당시 수주 금액은 약 20조원이었다. 지난해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돌입한 후 프로젝트가 마무리돼 주계약자인 한전과, 시운전에 해당하는 운영지원용역(OSS)을 맡은 한수원 등 협력사 간 최종 정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은 발주사인 UAE와 사업 시행자인 한전 등의 귀책으로 인한 공기 지연, 일련의 추가 작업 지시 등을 근거로 10억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 정산을 정식으로 요구하는 ‘클레임’을 정식으로 제기한 바 있다. 이후 양사는 5월6일까지를 유보 기간으로 정하고 김동철 한전 사장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직접 나서는 등 협상을 이어 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수원 측은 자사가 한전의 100% 지분 자회사이지만 양사가 독립 법인으로서 체결한 계약을 근거로 서비스를 제공한 만큼, 한전이 발주처인 UAE와 정산을 하는 것과 별도로 자사 서비스에 관한 정산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전은 이익을 공유하는 ‘팀 코리아’ 차원에서 UAE에 먼저 추가로 더 들어간 공사비를 받아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호기 전경. 한국전력 제공 

양측은 이미 각각 국제 분쟁에 대비해 로펌을 선임해 둔 상태다. 한전은 로펌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예상 자문료를 약 1400만달러(약 200억원)로 제시하는 등 향후 법적 분쟁 해결 과정에서 양사가 각각 수백억 원대 법무 비용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전업계에선 양사의 갈등이 당초 수주 때 미처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추가 건설비용이라는 부담을 누가 안을지 문제를 놓고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수원으로선 추가 비용을 한전에서 정산받지 못하면 향후 1조4000억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특히 한수원은 모기업 한전으로부터 비용을 정산받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법적 배임 책임 문제까지도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한전 입장에선 만약 발주처인 UAE로부터 추가 비용 정산을 받지 못할 경우 1조4000억원대 손실을 추가로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손실 반영 시 사업 시행자인 한전이 관리하는 바라카 원전의 누적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재무제표상 한전의 ‘UAE 원전 사업 등’ 항목의 누적 수익률은 2023년 말 1.97%에서 지난해 말 0.32%로 급감했다. 누적 손익 역시 2023년 말 4350억원에서 지난해 말 722억원으로 급감해 한수원이 요구하는 1조원대 추가 비용까지 반영될 경우 대규모 적자 사업이 된다.

한편, 한수원은 이번 국제 중재 신청과 별개로 지난해 말 법무법인 율촌을 통해 해외 원전 수출 체계를 한수원으로 일원화하기 위한 행정 절차와 법령 개정 사항에 대한 검토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6년 당시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 따라 한전의 업무 과중을 덜기 위해 한국형 원전의 노형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되는 국가는 한전이, 노형 설계 변경 등 기술력이 필요한 국가는 한수원이 수출을 주도해 추진해 왔으나, 완전한 업무 배분이 되지 않은 탓에 사업 추진 과정에서 꾸준히 잡음이 발생했고 한수원이 이를 다시 일원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과거 정부의 지시에 따라 한전과 한수원이 이 같은 갈등 및 불편을 겪게 된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해 총괄 주무부처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2월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거버넌스 개편 문제에 대해 상당히 고민하고 있고,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해 원전 수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