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후 직접 만든 꽃차를 판매할 곳이 마땅치 않아 늘 막막했어요. 서울시 규제철폐 덕분에 공원에서 가족 단위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됐고, 도시와 농촌을 잇는 역할까지 할 수 있게 돼 정말 좋아요”
영월 꽃마실농원의 김인숙 대표는 ‘공원 내 상행위 제한적 허용’(5호) 규제 철폐를 반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는 7일 오후 시청에서 ‘규제 철폐 100일 성과보고회’를 열었다. 지난 1월3일부터 100일간 시민·기업·공무원·전문가로부터 총 2538건의 규제 개선 제안이 들어왔고, 이 중 127건의 규제가 실제로 없어졌다. 민관 규제 거버넌스에서 발표한 7건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서울시가 실행 또는 추진 중인 규제 철폐안은 총 129건에 이른다.
일상 가까이 파고든 오세훈표 규제 개혁
이번 규제개혁은 건설·주택 등 경제 규제를 넘어서 시민 생활 전반에 걸친 불편 요소까지 정비 대상에 포함된 점이 특징이다. 서울시는 ‘전통시장 정비사업 허용대상 확대’(94호)를 통해 은평구 연서시장 같은 노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돌봄SOS 서비스별 상한 기준 폐지’(8호)를 통해 장기요양 연계를 확대하며 돌봄 공백도 줄였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1월 시민 100명이 참여한 ‘민생살리기 대토론회’를 개최했고, 그에 앞서 6차례의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건설·관광·외투기업 관계자 등과 현장 의견을 수렴해왔다. 접수된 안건은 시 전 부서의 집중 검토와 전문가심의회, 건설분야 TF 등을 통해 신속히 실현 가능성 및 실행방안을 도출했고, 실제 규제 개선으로 이어졌다.
기업 환경 개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마곡 클라우드힐스를 개발한 우미건설 우문식 대표는 ‘마곡지식산업센터 임대상한면적 완화’(64호)에 대해 “그동안 소규모 기업만 들어올 수 있었는데, 더 많은 기업이 저렴한 가격에 입주할 수 있게 됐다”며 “종로, 강남, 여의도에 이어 마곡이 4대 업무지구로 성장하는 데 서울시가 선도적 역할을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담 조직 신설…규제 개혁 제도화
시는 이번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한다. 오는 7월1일 지자체 최초로 3급 국장급 ‘규제혁신기획관’을 신설하고, 창의규제담당관·규제개선담당관을 산하에 두기로 했다.
민간 전문가를 ‘규제총괄관’으로 위촉해 현장 중심 자문체계를 갖추고, 서울연구원 내 ‘규제혁신연구단’ 산하에 창의규제담당관과 규제개선담당관을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시정 전방위에 걸친 규제혁신을 상설화한다. 창의행정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이날 ‘민·관 규제철폐 거버넌스’에서 실행 또는 중앙정부 건의가 결정된 규제철폐안 7건이 새로 발표되기도 했다. 이 중 화물운수 종사자 교육방식 개선은 이미 시행(규제철폐안 108호) 중이다.
이날 발표된 대표 규제철폐안 가운데 ‘좋은빛위원회 심의 개선’(128호)과 ‘법인택시 교육장 주변 구인 광고 제한 폐지’(129호) 등이 있다. 현재 대형 건축물과 공동주택 중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은 옥외조명 설치 시마다 좋은빛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건축 인·허가 시 사업이 지연되고, 조명 디자인의 창의성 저해와 사업자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옥외조명 설치 심의 대상을 완화하고, 미디어파사드 콘텐츠는 서면 심의로 대체해 사업자의 비용과 시간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택시 자격 취득 교육장 주변 100m 이내에서 구인 광고를 제한하고 있는데, 규제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택시 구인광고 규제는 자율규제로 전환하되, 과도한 구인 활동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달 중 시행한다.
이외에도 식품위생교육 온라인 수강 허용, 외국인 도시민박업 등록 기준 개선, 외국인 유학생 주중 취업 시간 확대, 리필화장품 판매 관련 규제 개선 등 4건은 중앙정부에 법령 개정을 건의해 후속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2월 ‘규제는 최소한이 최선’이라는 원칙 아래 6차례 비상경제회의, 시민 100인 대토론회, 건설 TF 등을 통해 현장 목소리를 수렴했고, 2500여 건의 제안은 전문가 심의를 거쳐 신속히 정제됐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의 상당 부분은 중앙정부와 국회가 선행돼야 한다. 앞으로도 중앙과 협력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며 “오는 7월에는 지자체 최초로 국장급 전담 조직을 신설해 제도적 기반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