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치솟는 은행권, 대선 상생 공약에 ‘속앓이’

연체율 치솟는 은행권, 대선 상생 공약에 ‘속앓이’

기사승인 2025-05-27 11:12:01
쿠키뉴스 자료사진. 

대선을 앞두고 금융권을 향한 ‘상생’ 요구가 거세다. 금융권은 건전성 지표가 흔들리는 가운데, 정책 부담까지 더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7일 주요 5대 시중(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1분기 실적과 함께 공개한 팩트북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연체율(은행별 단순 합산 평균 기준)은 0.41%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인 작년 말 0.34%에 비해 0.07%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2018년 1분기 말 0.41%를 기록한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특히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분기(단순 평균값) 0.59%로 집계됐다. 전 분기(0.39%)보다 0.20%p, 1년 전(0.34%)보다는 약 1.7배 급등한 수치다. 부실 우려가 크지 않던 대기업 대출 연체율도 0.09%로 치솟았다. 경기 둔화 여파가 대기업까지 번지며, 기업 대출 전반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부실채권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은 12조6150억원으로, 처음으로 12조원을 넘어섰다. NPL이란 금융사의 여신 중 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 보유 수준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팩트북을 공개한 4대 금융(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NPL은 1분기 말 현재 총 12조6150억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9조1270억원)보다 27.7% 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1분기는 NPL 상매각이 이뤄져 부실 규모가 줄어드는 흐름이 일반적인데 오히려 치솟았다”며 “2분기부터 관세 이슈 등 대외 충격이 본격화하면 연체율이 더 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선 정국은 은행권의 긴장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거대양당 후보들이 ‘금융 약자 지원’을 공약을 내세우며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모두 은행 수익구조에 직접 영향을 주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가산금리 산정 시 법적비용의 부당 전가 금지 △대환대출 활성화 △중도상환수수료 단계적 감면 등을 약속하며 금융소비자 부담 완화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소상공인 대출 수수료 전면 폐지 △경영안정자금 지원 확대 △‘새출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자영업자 금융지원을 강조했다.

양측은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지원 확대에 방점을 찍었지만, 재원 조달 방안은 불투명하다. 두 후보 모두 공약 발표 당시 재원 조달 방안으로 정부 재정 재조정, 국비 활용 등을 거론했으나, 수조원을 마련하기는 충분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권이 재정적 부담을 상당수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은행들은 3년간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총 2조원 규모의 채무를 조정하는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23년 말에는 약 2조원 상당의 소상공인 이자 환급 등도 단행했다. 

금융권은 우려를 내비쳤다. 채무 탕감이나 저금리 대출 등의 공약을 실행하려면 결국 은행권이 유동성을 조달해야 하고,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금융권의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지원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도 건전성 관리가 쉽지 않은데, 지원까지 계속 확대하라고 하면 버거운 건 사실”이라며 “공약이 실행된다고 해도,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